고환율과 계속되는 소비 부진의 영향으로 면세업계가 고심하고 있다. 내국인 매출 비중이 늘고는 있지만 중국 경기 불황에 따른 방한 관광객 감소 탓에 면세 업황의 부진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3조69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1094억원)과 비교해 18.8% 늘었다. 지난해 1분기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에 대한 송객 수수료 인하 여파로 매출이 급감했으나 올해 엔데믹으로 여행 수요가 크게 늘면서 매출이 다소 회복된 것이다.
특히 내국인 매출 기여도가 컸다. 올해 1분기 내국인 매출은 7680억여원으로 전체 20.8%를 차지했다. 국내 면세점 내국인 매출 비중이 20% 선을 회복한 것은 6년 만이다. 지난해 1분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내국인이 29.5%로 외국인(16.2%)을 크게 앞섰다.
내국인 매출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유커를 비롯한 외국인 매출은 저조했다. 올해 1분기 외국인 매출은 2조9247억원으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 1분기(4조5974억원)의 63.6%에 불과했다. 외국인 매출 부진은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1분기 매출 83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9억원으로 77% 급감했다.
증권가에서도 호텔신라의 실적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은 시내 면세점 매출은 크게 증가해 작년 하반기 체화재고(유통 기한 임박 제품 등) 처분을 진행함에 따라 원가율이 개선됐다고 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면세점(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임차료 감면 혜택이 축소된 점이 지난 분기와 마찬가지로 손익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향후 실적 추정에 있어서도 불확실성 요인에 해당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방한 외국인 수, 페이백율 및 원가율 등 주요 지표들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으나 기존 예상 대비 속도가 느리다”고 부연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중국인 입국자 수가 올해 1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나 달러 강세에 따라 면세품 가격 메리트가 저하되고 소비보다는 경험을 선호하는 여행 패턴의 변화로 관광객 매출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보따리상 매출은 점차 회복될 전망이나 중국 소비 경기의 뚜렷한 개선 시그널이 부족한 가운데 중국 고가 화장품 시장의 성장성마저 둔화한다면 한국 면세점을 찾는 보따리상의 수요 역시 약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곧 실적 발표를 앞둔 롯데면세점·신세계면세점·현대백화점면세점 등 타 면세점들도 수익성이 악화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는 경기 침체 속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면서 “여행시장 패턴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제 가격 경쟁력보다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NS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기에 좋은 콘텐츠를 계속 개발해서 여행객들의 발길을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미술 작품 전시나 인기 캐릭터 등을 활용한 매장 등 면세품에 한정되지 않고 기억이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상품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도 “쇼핑 위주보단 체험형의 즐길 수 있는 소비를 원하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여행사·항공사 등과 협업해 다양한 프로모션은 물론,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면세업계는 5월 황금연휴를 맞아 중국, 일본 관광객 방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중국 노동절(1~5일)과 일본 골든위크(4월 27일~5월 6일)에 중국 관광객 10만명, 일본 관광객 8만명 등 18만여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추산된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