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두고 “경험이 없어 덜렁덜렁 계약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 달 반 만에 사과했다.
박 장관은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상처를 받은 분이 있다면 정중하게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달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세를 얻는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꼼꼼하게 따져볼 때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해 일부 청년층에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그는 “(전세 사기의 원인 중 하나인)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겠다는 설명을 하다가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썼다”며 “이 사태의 책임이 개인적 잘못에 근거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섞여 들어간 것에 대해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통받는 전세 사기 피해자를 돕기 위해 실현 가능한 피해구제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야당 의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박 장관의 사과 이후에도 질책을 이어갔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피해자들은 자기 삶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 ‘당신들 탓’이라고 하는 게 바로 2차 가해”라며 “사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전세 사기 피해에 대한 장관의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전세 사기는 전세 제도를 안전하게 운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회적 사고”라며 “피해자들이 잘못해 이런 사고가 생긴 게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