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4000만원짜리 산후조리…‘20배 차이’ 공공은 서울 2곳뿐

2주에 4000만원짜리 산후조리…‘20배 차이’ 공공은 서울 2곳뿐

기사승인 2024-08-27 06:00:07
쿠키뉴스 자료사진

서울시에서 가장 비싼 산후조리원 2주 이용요금이 4000만원을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저렴한 곳은 공공 산후조리원으로, 서울 시내 공공 산후조리원은 2곳이 전부다. 출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 산후조리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 왔지만, 현실적으로 설립에 어려움이 많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2주에 4020만원…2000만원 넘는 산후조리원, 강남에 쏠려

27일 서울시의 ‘산후조리원 이용요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D산후조리원 특실 요금은 2주에 4020만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비쌌다. 이 산후조리원의 일반실 가격(2520만원)도 서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특실 기준 2주 이용요금이 2000만원이 넘는 산후조리원은 6곳으로 이중 종로구 1곳(A산후조리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강남구에 쏠려 있었다. 

서울 소재 산후조리원 112곳의 2주 평균 이용료는 일반실은 465만원, 특실(87곳)은 746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조사 때와 비교하면 반년 새 일반실(453만원)은 12만원, 특실(705만원)은 41만원 뛰었다. 

1년 전과 비교해 가격을 올린 산후조리원이 상당수다. 1년새 사업을 접거나 업체명이 바뀐 업체를 제외하고 서울 시내 산후조리원 105곳 중 절반에 달하는 50곳은 이용료(일반실 기준)를 올렸다. 이용료를 내린 곳은 6곳에 불과하다. 

서울서 특실 이용료가 가장 비싼 D산후조리원은 1년 전과 비교해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일반실 요금은 지난해 8월(1200만원)에 비해 110.0% 상승했다. 특실요금(3800만원)도 5.8% 상승했다. 강남구의 또 다른 D산후조리원은 1년 전과 비교하면 일반실 요금이 630만원으로 동일하지만, 특실 이용료 72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108.3% 뛰었다.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은 공공 산후조리원이다. 서울 시내 공공 산후조리원은 송파구와 서대문구 2곳에 있다. 송파구 공공산후조리원 일반실은 이달 기준 209만원으로 서울 시내 산후조리원 중 가장 저렴했다. 가장 비싼 곳과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이다. 그만큼 자리가 없어서 못 갈 정도로 인기다. 개원한지 10년이 된 송파구 공공 산후조리원은 온라인 선착순으로 신청받으면 5초 만에 마감되는 데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서대문구 산후조리원도 예비 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진다고 한다. 

전라남도 해남에 위치한 전남공공산후조리원 1호.   전남도

공공 산후조리원 필요는 한데…건립도, 운영도 쉽지 않아


출산 비용 부담을 감안하면, 공공 산후조리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건립이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지자체 재원으로만 운영하는 만큼 예산 문제가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에 공공 산후조리원 운영을 위한 재정 지원을 해달라는 상황이지만 중앙정부 예산이 투입되면 지역 내 공공 산후조리원 시설 이용 범위도 손질해야 한다. 현재는 지자체 예산이 투입돼 거주민을 우선으로 시설을 활용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저출생 여파로 산후조리원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공 산후조리원을 늘리는 것도 어렵다. 

공공 산후조리원을 두고 예비 부모들의 목소리도 엇갈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 산후조리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일부 예비 부모들은 공공 산후조리원을 확대해도 기존처럼 고가의 민간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생후 200일 자녀를 둔 이모씨는 “일단 공공 산후조리원이 집 주변에 없다”며 “첫 아이이고 이용료가 비싼 만큼 값어치를 할 것이란 기대 때문에 민간 산후조리원을 이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임산부 박모씨도 “최근 출산한 엄마들 단톡방에 2주에 500만원 이상 내는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공공 산후조리원이 몇 곳 없어 이용한 사람이나 후기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한 육아정책 전문가에 따르면 공공 산후조리원은 국가에서 모자동실을 권고하고 있어 임산부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고 한다. 

서울 공공 산후조리원 비용도 부담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임신 중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육아카페에 “서대문구 공공산후조리원 비용이 저렴한 편이긴 해도 형편상 이마저도 부담된다”고 했다. 송파구 산후조리원과 서대문구 산후조리원은 이달 기준 일반요금은 각각 209만원, 250만원이다. 민간 산후조리원 중 동대문구 S산후조리원도 250만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양천구의 M산부인과, 송파구의 B산부인과 이용료는 260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이재희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송파구 공공산후조리원 적자가 매우 심하다”며 “일반 숙박시설만 가더라도 2주면 200만원을 훨씬 넘긴다. 서울의 경우 임대료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여기에 식사도 포함되고 감염 예방 활동과 이를 위한 인력과 여러 제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복잡한 이유로 공공 산후조리원은 서울과 경기도 각각 2곳을 포함해 전국 20곳에 불과하다. 400여곳에 달하는 민간 산후조리원에 비해 현저히 적다. 몇몇 지자체에서 현재 공공 산후조리원을 건립하고 있어 업계는 5년 내 전국 30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 연구위원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부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를 잘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서비스는 건강관리사가 직접 가정에 방문해 산후조리를 도와주는 서비스다. 이 연구위원은 “다만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의 문제가 최저임금 등의 이유로 양질의 인력이 들어오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라며 “(산모·신생아 건강관리를 위한) 전반적인 질적 개선을 위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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