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이 보안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일부 방식이 직원의 개인정보와 사생활 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9일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원을 대상으로 한 보안 유출 방지 웹캡 인증 도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1.5%(261명)가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 28.5%(104명)에 그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일부터 외주사에서 근무하는 부서인 △RC운영그룹 △FAB품질그룹 △Cell기술팀 △ME팀 등을 대상으로 웹캠을 지급, 사외 원격접속프로그램(VDI)에 ‘카메라 촬영방지 솔루션’을 적용했다. 안면인식을 통한 로그인 및 자리이석, 사진 촬영 여부 등을 모니터링한다. 모니터 화면을 촬영하거나 자리를 비울 경우, 안면인식 등록자가 아닐 경우 모니터 화면이 잠긴다. 해당 시스템은 외주사 근무 부서뿐 아니라 국내·외 출장, 업체 파견, 재택근무자 등에게도 적용될 예정이다.
노조에서는 개인정보 침해 및 재택근무자의 사생활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직원들도 ‘일반 직원 대상으로만 과도한 보안 조치를 진행한다’, ‘휴대전화를 들기만 해도 모니터 화면이 잠긴다’, ‘업무 효율성이 저하되는 과도한 감시’라는 불만을 토로했다.
노조 관계자는 “보안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계기로 직원 개인에 대한 통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인다”며 “보안 정책에 대한 투명한 의사소통과 직원들의 의견 반영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웹캡 인증은 악의적 의도를 가진 유출 시도를 방지할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원격 근무 시 열람 가능문서 보안 등급을 관리하고 사외 녹스 메신저 실행을 중단하는 등 시스템을 보완해 기술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측에서는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보안 강화가 불가결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2년 반도체 업계에서 재택근무 중인 직원이 전자문서 등 회사 보안자료에 접근, 기밀을 유출하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직원은 원격접속 시스템을 연 후 스마트폰 카메라로 화면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일부 기업에서 이를 막을 방법을 고심해 왔다. 특히 중국의 추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경우, OLED 기술이 유출되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는 보안강화 시스템 도입을 위해 사측과 노조의 충분한 소통 및 투명한 운영이 전제돼야 한다고 봤다. 임종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술 유출은 회사의 명운을 흔들 수 있는 일”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시스템 강화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사측에서는 기술 유출 방지라는 본래 목적에 맞게 최소한의 정보만 수집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즉시 자료를 파기해야 한다. 징계 또는 감시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노조의 우려를 해소시켜 줘야 한다”며 “노사협의체를 구성해 수집부터 폐기까지 과정을 감시한다든지 투명하게 운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