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에 따라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산업이 자리 잡기 위해선 보다 강력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송원근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미국 대선 카운트다운, 한국의 통상 전략’을 주제로 열린 2024 쿠키뉴스 산업포럼에서 ‘재편되는 한국 산업, 경쟁력 제고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송 연구위원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함께 파리기후협약 탈퇴·화석에너지원 확대 등 환경·에너지 정책의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봤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통상 정책은 유지되면서도 노동·환경·재생에너지 관련 조건은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두 후보 모두 중국을 견제한 관세 등 무역 정책 기조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송 연구위원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와 중국 견제는 강화될 것이며, 美 IRA(인플레이션감축법)뿐만 아니라 EU(유럽연합)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CRMA(핵심원자재법) 등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과 EU의 계획대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제외된다면 공급 부족 현상을 겪을 수 있으므로 국내 산업계에 추가적인 자원개발 및 투자를 위한 국제협력, 자원 재활용 촉진을 위한 정책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은 이어 “중국 배제에 따른 미국 및 유럽 시장에서의 수출·투자 확대가 기대되기도 하지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리스크 증가, 탈탄소화에 따른 비용 증가가 전망돼 우리 입장에선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연구위원은 이 같은 여러 리스크에 종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기술력의 확고한 우위와 더불어 원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 친화적 환경이 조성돼야 하며, 정부의 첨단전략산업 핵심 기술 R&D(연구개발)에 대한 지원 정책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또, 주요국 정책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3법(공급망안정화법·소부장특별법·자원안보특별법) 등 법제화로 ‘특정국 수입의존도 완화를 위한 투자 및 이전’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배터리(이차전지)산업과 관련해 “공급망3법에 규정돼 있는 핵심광물 확보 방안은 주로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배터리 산업의 경우 핵심광물의 정·제련 경쟁력 확보 없이 단순한 원광의 확보는 의미가 없다”면서 “투자 지원 방식 역시 기금에 의한 대출·보증 등 금융지원에 머물러 있어 정부의 직접 재정보조금 대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스펙에 맞게 가공된 광물과 소재를 필요로 하는 이차전지 업체에게 정부에 의한 핵심광물 공공 비축 의무 규정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해외개발자원·해외생산품목의 반입 의무화 규정 역시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부여하는 법률 규정이므로 완화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 사이 미국·EU 등 주요국은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을 연계해 관련 지원 정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송 연구위원은 “EU는 보조금 등 직접적 재정지원을 비롯해 정말 다양한 지원 유형이 존재하며, 미국 역시 R&D뿐만 아니라 생산·가공 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 배터리 공급망의 단계별 지원 등 역내 역량 확충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확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은 “결론적으로 우리 산업계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리스크와 ESG·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부담 증가와 함께 원가경쟁력 저하의 문제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이처럼 환경규제를 충족하면서 동시에 가격경쟁력도 갖추기 위해선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 제도화 등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