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얼굴 없는 천사’ 25년째 이어진 값진 익명의 기부

전주시 ‘얼굴 없는 천사’ 25년째 이어진 값진 익명의 기부

20일 오전 노송동주민센터에 전화, A4용지 상자에 8003만 8850원 남기고 사라져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메시지 남겨

기사승인 2024-12-20 13:21:43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20일 오전 ‘얼굴 없는 천사’가 아무도 모르게 놓고 간 A4용지 상자에 들어있는 현금과 돼지저금통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전주시)

전북 전주시 노송동에 해마다 연말이면 익명의 기부로 큰 감동을 선사한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25년째 선행을 이어갔다. 
 
20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6분께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통화는 중년남성의 목소리로 “기자촌 한식뷔페 맞은편 탑차 아래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고 말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통화내용에 따라 현장 확인에 나섰고 주민센터 인근 교회 표지판 뒤에 놓인 A4용지 상자를 발견했다. 상자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 1개가 들어 있었고, 금액은 모두 8003만 8850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25년째 연말이면 큰 감동을 전하고 홀연히 사라진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얼굴 없는 천사가 총 26차례에 걸쳐 몰래 보내 준 성금은 총 10억 4483만 6520원에 달한다.

이날 천사가 남긴 A4용지에는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얼굴 없는 천사가 남몰래 놓고 간 성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통해 58만 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옛 중노2동 주민센터에 보낸 뒤 사라져 불리게 된 이름으로, 해마다 성탄절을 전후로 남몰래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시는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성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지역주민에 현금과 연탄, 쌀 등을 전달했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역인재에 대한 장학금 및 대학 등록금도 수여해왔다. 

노송동 일대 주민들도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려 숫자 천사(1004)를 연상할 수 있는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천사축제를 열어 불우이웃을 돕는 등 나눔 행사를 이어왔다. 

전주시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해 처음으로 제정된 HD현대아너상의 ‘대상’과 ‘1%나눔상’의 수상자로 결정됐고, 시상금 2억원은 전주시에 전달돼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 사용되기도 했다.

채월선 노송동장은 “2000년부터 한해도 빠짐없이 익명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 사랑과 감동을 선사한 전주시 얼굴 없는 천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얼굴 없는 천사의 바람대로 나눔의 선순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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