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국내 로봇기업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본격화를 선언한 것. 증권가는 대기업 자본 합류가 로보틱스 업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고 전망했다.
3일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35%로 확대하는 콜옵션을 행사했다. 기존 지분(14.7%)을 2배 이상 확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로써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1호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인 ‘휴보’를 개발한 산업용 로봇 제조회사다.
모바일 등 가전과 반도체를 주력으로 삼아온 삼성전자가 휴머노이드 개발 출사표를 던진 건 전 세계 로봇 자동화 수요 대열에 발 빠르게 합류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타 글로벌 IT기업도 로봇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오픈AI도 휴머노이드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고, 엔비디아도 로보틱스 업종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현대차그룹이 미국 보스톤다이내믹스를 인수, 일찍이 로봇사업을 시작했다.
업종 전망은 밝다. 우선 정책 수혜가 예상된다. 휴머노이드 기술은 지난달 20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신규 지정됐다. 정부는 향후 특화단지 조성, 특성화대학·대학원 지정 및 지원, 연구개발(R&D) 특례 등을 포함한 종합지원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증권가도 긍정적으로 봤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테슬라 등 주요 휴머노이드 개발사들의 지속적인 로봇 업데이트 공개에 따라 휴머노이드 상용화 기대감이 높아지는 중”이라며 휴머노이드 시장 침투 본격화시기를 오는 2030년 중반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삼성전자의 휴머노이드 경쟁 참전으로 로봇 트렌드 궤를 같이하게 됐다”며 “향후 국내 로봇 시장에서 로봇 분야 관심이 확대되고 휴머노이드 본체 및 부품 밸류체인이 부각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하이젠알앤엠(30.00%), 에스비비테크(30.00%)가 전날(2일) 폭등했다. 하이젠알앤엠은 범용모터 국내 과점업체로, 휴머노이드 시장 성장 시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이다. 하이젠알앤엠은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상한가를 기록한 에스비비테크도 초정밀 동력전달 제품을 만드는 로봇 소부장 기업이다.
다만 이번 공시가 로보틱스 섹터 전반에 파급력을 미칠 진 미지수다. 최대 수혜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가 29.99% 오른 2일 두산로보틱스도 덩달아 28% 넘게 상승했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 로봇을 만드는 회사로서 휴머노이드와는 무관하다. 주가 흐름이 다소 과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이상수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레인보우로보틱스 시너지는 분명 섹터 내 긍정적인 상승 재료”라면서도 “다만 등락폭이 크다는 섹터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공시가 가지는 의미를 여러 측면에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결국 휴머노이드 대량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싶을 것이고, 실제로 많은 중국 업체들이 작년 말 부터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볼 때 결국 휴머노이드를 양산하려면 부품 공급망을 꾸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기존 삼성전자 혹은 레인보우 측에 로봇을 공급하거나,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 등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건 합리적이 (투자) 결정”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