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제약사 ‘희비’…환차익에 웃고 원료 수입에 울고

고환율에 제약사 ‘희비’…환차익에 웃고 원료 수입에 울고

기사승인 2025-01-22 06:00:09
고환율 기조가 계속되며 제약사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제약·바이오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환율 기조가 계속되며 수출 비중이 큰 바이오 기업은 수혜가 예상되는 반면, 원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약사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요 업종별 협회 12곳과 함께 발표한 ‘고환율 기조가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제약·바이오산업은 고환율 기조 아래 전망이 흐린 것으로 나타났다.

원료의약품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통상 제약사는 약을 제조하기 위해 필요한 원료의약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료의약품의 국내 자급률은 2023년 기준 25.6%에 불과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생물보안법’이 통과된다면, 중국에서 수입한 원료의약품으로 만든 의약품 수출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연방기관·기업과 중국 바이오기업의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2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에선 고환율,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위기감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중국 의약품 사용금지 등이 강력하게 시행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한국은 중국, 인도 등에 원료의약품의 70~80%를 의존하는 만큼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중국에서 수입한 원료의약품으로 만들어진 의약품이 미국에 진출 가능한지 등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원료의약품 지원 확대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노 회장은 “지난해 원료의약품과 관련한 정부 정책의 진전이 있었으나 실질적으론 산업에 크게 도움되지 않고 공급망 재편이 대두되면 더 부족할 것”이라며 “원료약 생산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고환율로 인한 비용 부담은 해외 임상시험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에서 임상을 할 경우, 해당 국가 통화로 비용을 결제하는 탓에 고환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키움증권이 제약·바이오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산업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관계자들은 해외 임상에서 고환율로 인한 연구개발(R&D)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R&D 투자를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수출 비중이 큰 기업들은 고환율 기조에 따라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수출 위주의 사업인 만큼 미국 달러 가치가 오르면, 원화 산정 매출이 증가한다. 게다가 CDMO 사업은 원부자재 비용을 고객사가 처리해주기 때문에 환율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GC녹십자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제약바이오기업의 경우 환차익 규모 확대가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CDMO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GC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를 각각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수익성 둔화 우려가 있지만 고환율로 상쇄될 전망”이라면서 “SK바이오팜, GC녹십자는 고환율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환율 기조로 인해 제약사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바이오시밀러·CDMO 업체의 수출분에 대해선 환율 효과가 있다”면서도 “국내 기업 대부분은 수입원가 상승과 R&D 투자비용 증가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도 “신약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주로 해외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환율로 인한 R&D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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