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홍장원 당시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방첩사령부를 잘 도우라’고 전화한 것은 “계엄과 관계없이 간첩 검거를 지원하란 이야기였다”고 주장했다.
5일 윤 대통령은 전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제가 만약 계엄에 대해 국정원에다 뭘 지시하거나 부탁할 일이 있으면 국정원장에게 직접 하지 차장들에게는 하지 않는다”며 “담당인 2차장도 아닌 1차장에게 계엄과 관련한 부탁을 한다는 게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12월 3일 당일 조태용 국정원장이 해외 출장을 간 줄 알고 홍 차장에게 전화를 걸게 됐다고 당시 상황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후 오후 8시 반쯤 국무회의에 조 원장이 들어오길래 ‘미국에 있는 거 아니었나. 1차장에게 전화해 국정원을 잘 챙기라고 했더니 원장이 국내에 있다는 말을 안 합디다’ 말을 하고, 앞서 전화한 것도 있고 해서 계엄 발표하고 홍 차장에게 다시 전화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에다가 방첩사 도와주라는 이야기는 전임인 김규현 원장 때나 조태용 국정원장 때나 늘 한다”라며 “예산지원을 좀 해주라는 이야기, 또 사관학교 후배니까 좀 도와주라, 계엄사무와 관계없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또 “(홍 전 차장이) 위치추적이니 검거니 하는데, 국정원은 수사권이 없고 검거를 하려면 위치추적해야 하는데 할 수 없다”며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불러준 명단을 홍 전 차장이 받아 적었다는) 저 메모가 12월 6일 국회에서 박선원 민주당 의원에게 넘어가며 탄핵부터 내란죄 등 모든 프로세스가 시작된 것이라 본다”고 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차장은 전날 탄핵 심판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 소추인단 측이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전화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 대공수사권 줄 테니 방첩사를 도우라’는 취지로 말했느냐”라고 질문하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후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하자 주요 인사들의 ‘체포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추적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헌재 심판정에서 나와 기자들에게 “대통령께서 밑의 사람이 예뻐서 정말 오랜만에 전화한 내용이니까 (제가) 거의 토씨까지 하나하나 기억하지 않을까”라며 “제가 보기에는 대통령 말씀하시는 부분에 오류가 있는 것 같은데 굳이 이런 저런 게 잘못됐다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번 기회를 통해 그냥 사실을 얘기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거구나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