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이하 한 총리)에 대한 탄핵이 24일 기각됐다. 그간 한 총리의 탄핵심판 결과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헌법재판소가 핵심 쟁점이었던 ‘비상계엄의 적법성’에 대해 판단을 내놓지 않음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는 선고 당일까지 예측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헌재는 24일 오전 10시 대심판정에서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각 5명, 인용 1명, 각하 2명 의견으로 최종 기각했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은 기각, 정계선 재판관은 인용,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냈다.
한 총리의 탄핵 사유는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김건희·채 해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비상계엄 관련 내란 공모·묵인·방조 △한동훈·한덕수 공동국정 시도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등이었다.
이 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사안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내란 공모·묵인·방조 혐의였다. 윤 대통령 탄핵선고와 공통된 영역인 만큼 헌재가 해당 사안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국민적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헌재는 이번 선고에서는 12·3 비상계엄의 위헌성 여부에 대해 어떤 판단도 하지 않았다. 헌재는 선고 직후 39쪽 분량의 설명 자료를 배포했는데, 이 중 비상계엄 관련 내용은 단 1쪽에만 언급됐다.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 5인은 “피청구인(한덕수)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회의 소집을 건의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비상계엄 선포 자체를 건의했거나 절차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를 소집했다는 적극적 행위는 인정할 만한 증거나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유일하게 탄핵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도 별개의견에서 국무회의의 위헌·위법성을 따로 언급하지 않고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 행위 등에 대한 재판관 4명의 기각 의견에 동의한다”고만 밝혔다.
결국 헌재는 한 총리가 계엄 선포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국무회의 성립 여부에 대해서도 “회의 소집 건의는 있었다”고만 언급하며 회의가 형식 요건을 갖췄는지에 대한 판단은 피했다. 헌재 설명 자료도 비상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의 과정을 단순 나열하는 데 그쳤다.
결국 한 총리의 내란 공모·묵인·방조 혐의에 대해선 8명의 재판관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다만 한 총리 탄핵 선고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완벽히 무관치 않다.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한 총리가 아직 임명하지 않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할 위치로 복귀했기에 다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각 의견을 낸 5명의 재판관 중 4명(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은 한 총리가 국회에서 선출된 조한창·정계선·마은혁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것이 파면 사유는 아니라고 보면서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행위라고 명백히 판단했다. 이는 한 총리가 국회가 선출한 3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해야 할 헌법상 구체적 작위의무를 지니고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앞서 지난 2월28일 권한쟁의심판에서 “권한대행도 재판관 임명 의무를 가진다”고 결론낸 바 있어, 마 후보자 임명 압박은 한층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마 후보자가 헌법 재판관으로 임명될 경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상 선고만 남겨둔 상황에서 마 후보자가 제척·기피·회피를 신청할 가능성도 있지만, 심리에 참여할 경우 헌재가 ‘9인 체제’로 완성된다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편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면서 마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이제 곧 또 뵙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