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탐사기획 3회] 민물가마우지 ‘보호냐, 퇴치냐’

[생태탐사기획 3회] 민물가마우지 ‘보호냐, 퇴치냐’

기사승인 2022-05-16 04:30:02

[3회] 민물가마우지 ‘보호냐, 퇴치냐’
- 어민들 “수입 감소 걱정이지만 토종물고기 사라지는게 더 걱정”
- 가마우지 외 수달, 육식성 어류, 불법 어업도 공범
- 전문가 “유해조수 지정해도 개체수 조절 쉽지 않을 것”
- 보호어종과 상수원보호구역은 지켜야...
- 환경부 "상반기 중 지자체에 지침 전달"
어민 한진규 씨가 원주시 섬강 상류에서 통발을 걷어 올리고 있다. 이 날 한 씨의 30여개 통발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보세요, 이게 2시간 동안 그물에서 건져 올린 전부입니다.” 지난 6일 이른 아침 강원도 원주시 섬강 상류, 어부 한진규(61) 씨의 배에 동승해 조업을 지켜봤다. 물고기가 다니는 길목에 놓인 30여개의 통발을 차례로 들어보지만 물고기는 거의 들어 있지 않았다. 한 씨는 물고기 대신 그물마다 달려있는 루어(가짜 미끼) 떼어내기에 바빴다. 
한진규 씨가 일주일 만에 통발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를 내 보이고 있다. 그나마 가물치 한 마리를 빼면 1kg도 안돼 보였다.

전국내수면어업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씨는 “내수면 생태계 보호를 위해 산란기 등에 금어기를 정하고 필요하면 어민들 조업권까지 회수합니다. 가마우지가 아무 제재 없이 어족 자원을 고갈시키고 있는데 이들도 우리 어민들처럼 제재를 하는게 맞지 않느냐”며 이유 있는 항변을 했다. 그는 “전에는 평균 이틀에 한번 강에 나가 그물을 걷으면 2~30kg의 물고기를 잡았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한번 그물을 걷어도 3~4kg 잡는 것도 쉽지 않다. 북한강이나 남한강 수계에서 내수면 어업활동을 하던 어민들 대부분이 조업을 포기한 상태”라고 근심스럽게 말했다.
춘천시 소양3교 아래 버드나무 군락지에 수천마리의 민물가마우지가 둥지를 짓고 새끼들을 키우고 있다. 둥지마다 3~4마리의 새끼들이 부모에게 먹이 달라는 소리가 멀리서도 들린다.

집단 서식지 30여 곳… 텃새화
가마우지 서식환경이 좋아지면서 최근 10여 년간 개체 수가 급증하고 있다. 환경부는 우리 땅에서 서식하는 가마우지의 숫자가 3만여 마리로 추정하지만  생태사진가와 팀을 이룬 쿠키뉴스 조사팀이 일부 현장을 돌아보고 개략적으로 셈한 개체 수만 하더라도 2만은 족히 넘어보였다. 아직은 소수에 불과한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퍼져있는 가마우지 개체 현황을 헤아리기 쉽지 않다.

지난 1999년 전국 269마리에 불과했던 겨울철새 민물가마우지는 한강 수계와 소양강 하류, 충주호, 대청호를 포함해 저수지 등 전국 30여 곳 이상에 서식지를 확대하면서 텃새화되고 있다. 
가마우지는 몸 전체가 검은색이며 부리 끝이 구부러져 있는 새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관심필요종으로 분류돼 있다.

2003년도 김포 유도에서 가마우지 번식을 처음 확인한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박사는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중국이나 러시아의 서식환경이 나빠지거나 세력다툼에서 밀려난 가마우지가 우리나라로 몰려 온건 아닐 것”이라며 “우리도 예전에 산이 헐벗어 나무가 없고 하천도 오염이 심할 때는 가마우지를 거의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이 서식하기 좋은 여건이 됐다. 꾸준히 치어방류 사업 등으로 민물고기 개체수도 크게 늘었다. 4대강 사업으로 보가 늘어나 수심도 확보되고 물도 가마우지가 사냥하기 좋게 적당히 흐리다. 먹이활동이 수월하고 댐과 보가 늘어나면서 호수 중간에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섬들도 많아졌다. 의외로 경계심이 많은 가마우지는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경사도가 심한 물가나 섬에서 집단 번식을 한다. 이렇게 먹이터와 쉼터, 번식터의 3박자가 잘 맞으니 개체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충청북도 영동 미전저수지에는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백로서식지를 지난해부터 가마우지 무리가 빼앗아 자신들의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

이 박사는 “가마우지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면 다른 조류들의 휴식처나 번식지를 빼앗는 등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충북 영동 미전저수지에는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백로서식지를 지난해부터 가마우지 무리가 빼앗아 새끼들을 키우고 있었다.

이들에게 보금자리를 빼앗긴 백로들은 저수지 건너편에 새롭게 둥지를 마련했지만 이곳 역시 드론으로 내려다보니 가마우지가 일부 자리를 차지해 백로와 가마우지, 왜가리가 뒤섞여 번식 중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가마우지가 인제 내린천 상류 지역에서 물고기를 낚아채 삼키고 있다. 우리 보호어종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서식지 보호가 시급하다.

강이나 호수에서 세력을 키우고 안정화된 가마우지 무리가 최근에는 강이나 호수의 중상류 계곡까지 침범해 열목어나 어름치 등 보호종(천연기념물)까지 닥치는 대로 사냥해 걱정을 더하고 있다.

홍천군 내린천 상류인 살둔계곡에서 캠핑장을 운영 중인 이태호 사장은 “몇 해전만해도 가마우지가 한두 마리 정도 보였는데 작년부터는 100여 마리 이상 떼로 몰려다니면서 우리 토종 물고기를 마구 잡아먹고있다. 캠핑장에 온 손님들에게 낚시를 권하지 못할 정도”라고 안타까워했다.
원주시 귀례면 궁촌귀운지 가마우지 번식터 전경. 사람들 접근이 어려운 물가 경사진 곳에서 새끼들을 키우고 있다.

가마우지의 또 다른 피해는 수질오염이다. 상수원보호구역인 대청호 상류 거북모양의 섬을 주민들은 ‘흰똥섬’ 혹은 ‘밀가루섬’으로 부른다.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섬이어서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가마우지 배설물로 섬전체가 흰색으로 변했다. 맞은편 녹음 짙푸른 숲에 확연히 대비된다.
대전시 동구 대청호 상류 상수원보호구역 내 작은 거북 모양의 섬. 풀한포기 없이 밀가루를 뒤집어 쓴 듯 나뭇가지 끝에서 바닥 토양까지 온통 질산과 인산 성분이 강한 가마우지 배설물로 가득하다.

배를 타고 섬 가까이 접근해보니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치는 새끼들이 족히 천여마리는 되어 보였다. 멀리서 보기와는 달리 배설물 냄새도 상당히 독했다.

가마우지 개체수 급증으로 어족자원이 고갈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가마우지가 유해 야생조수로 지정되지 않아 현재는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대청호에 앞서 찾은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서호 내 인공섬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새들이 안심하고 살아가기에 참 좋은 곳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알지 못하는 두려움과 한숨이 교차했다.
강원 춘천시 소양강 아래 버드나무 군락지에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둥지를 틀고 있다. 가마우지 무리는 봄철부터 이 일대에서 왕성한 먹이활동을 하는 데다 엄청난 수의 둥지를 만들면서 나무에 배설물을 쏟아내 버드나무 군락지는 매해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

“퇴치할 방법도 딱히 없는 실정”
며칠 후 국내 최대 가마우지 아파트 단지로 불리는 춘천시 소양강 아래 이들의 번식터를 취재한 후 평창으로 향했다.  평창강 상류 상수원보호구역 내 위치한 가마우지 번식지를 쌍안경으로 살피니 둥지마다 성장한 새끼들이 긴 목으류 빼 흔들며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힘차게 울어댄다. 
이곳 역시 가마우지 배설물로 물가에 위치한 나무들과 땅은 하얗게 덮여있었다. 
천혜의 경관지인 평창군 평창읍 여만리 상수원보호구역 내 몇해전 부터 가마우지가 번식지로 자리잡았다. 가마우지 무리가 쏟아내는 배설물과 오염원들이 비가 오면 그대로 상수원으로 흘러 들어가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평창군 제공

이기섭 박사는 “가마우지가 물 속 생태계도 영향을 주지만 또 다른 걱정은 그들이 서식지에서 쏟아내는 질소와 인산 성분의 배설물 덩어리 구아노(Guano)가 강으로 흘러 들어가면 부영양화로 물이 탁해지고 녹조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가마우지의 집단 서식지가 상수원보호구역 안에 위치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평창강 강변에서 펜션이나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들 역시 강에 물고기가 사라지면서 이 곳을 즐겨찾던 낚시인이나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져 수입이 크게 줄었다고 말한다.
우리 땅에 토착화되고 있는 민물가마우지는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강원도 동부지역을 제외한 전국 수계에서 번식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남한강, 북한강 관련 수계에서 집단 번식하고 있다. 대청호 상류의 작은 섬에서 번식 중인 민물가마우지 무리

평창군 환경정책 김미란팀장은 “가마우지 개체수 급증으로 어족자원이 고갈되고 수질오염도 걱정이지만 가마우지가 국제자연보호연맹의 보호종으로 지정된 탓에 현재로서는 딱히 퇴치할 방법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춘천교대 과학교육과 박충우 교수는 “갑자가 가마우지 숫자가 늘어나 개체수가 엄청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들어 개체수 급증은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 집단생활에서 소규모로 퍼져 나가면서 우리나라에 적응하고 안정화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백로서식지가 가마우지에 비해 훨씬 많지만 큰 문제없이 우리와 동화되어 함께 살아가는 것처럼 가마우지도 그렇게 더불어 살아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가마우지 무리가 원주시 섬강 상류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자연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종렬 씨는 “유해조수인 까치를 지난 3년간 70만 마리 가까이 잡았지만 결코 까치들의 숫자가 줄지 않았다. 어디선가 그만큼 번식을 한 것이다. 가마우지 역시 번식력이 좋아 유해조수로 지정한다고 해도 개체수 줄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상수원보호구역이나 우리 보호어종들의 문제가 심각하다면 우선 그런 지역을 선택해서 가마우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법을 마련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마우지가 떼지어 사냥을 시작하면 반드시 백로와 왜가리가 나타난다. 가마우지를 피해 물가로 이동하지만 이내 백로와 왜가리의 먹이가 되고 만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박소영 과장은 “특정 지역에 가마우지 개체수가 늘어나 1차 생태조사를 마쳤다. 이 달 중에 전문가들과 검토해 방향성을 정하려한다.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피해를 입은 해당지자체에 가이드라인을 통보할 계획”이라며 “추후 보다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할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마우지 두마리가 동시에 물 속에서 물고기를 낚아채 수면 위으로 나오고 있다.

조만간 둥지를 벗어난 어린 가마우지들도 어미와 함께 물속을 헤집으며 먹이사냥에 나설 것이다. 해마다 숫자가 증가하는 가마우지들이 물속을 융단 폭격하면 돌 틈에 숨어사는 물고기조차 견뎌내기 힘들 것이다.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 바위 위에서 먹고 있다.

이들 가마우지와 함께 현장에서 만난 어민들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수달 역시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 피해가 심각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외에도 육식성 어종이나 불법 어업에 의한 남획 역시 어족 자원 고갈에 한몫을 하고 있다.
관계 당국은 학계와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종합적이고 심도있는 조사를 통해 우리 땅에서 토착화된 가마우지와 사람과 자연이 어떻게 더불어 살아가야할지 대책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인제 합강에서 먹이활동을 끝내 가마우지 무리가 내린천 중류 번식터로 이동하고 있다.

인제‧평창·영동= 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동행취재= 용환국·석인철 생태사진가· 드론촬영 왕보현
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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