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청년의 증가가 사회적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생애사와 근본적인 문제에는 여전히 제대로 된 접근을 하지 못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관계자들이 모여 의견을 교류했다.
이들의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자 ‘청년 아고라 : 니트 취업하지 않는 청년들’ 토론회가 5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니트청년들의 현실과 대안책, 사회적 안전망 등이 논의됐다.
이 토론회에는 니트와 관련된 각계각층 전문가들이 참석해 한목소리로 사회적 인식과 시선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니트(NEET)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머리글자를 따서 나온 단어로 교육과 구직, 취업을 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근로능력이 있음에도 무직 상태로 취업 의사가 없는 경우에 니트로 분류한다.
토론의 발제를 맡은 박은미 니트생활자 대표는 니트상태 증가 요인으로 ‘사회구조’를 지적했다. 그는 “니트의 상태가 증가하는 이유로 사회 구조적 원인이 크지만 점검하고 개선하지 않는다”며 “모든 초점을 취업하지 않는 청년 개인의 문제로 몰아세운다”고 비판했다.
사회·구조적 원인으로 니트 청년이 당면한 현실과 일자리 창출 솔루션의 한계가 지목됐다. 박 대표는 “청년들이 학창시절 경쟁으로 자신에 대해 탐색할 시간도 없이 사회에 나오기 전 번아웃 상태가 된다”며 “취업을 해도 끊임없는 경쟁과 블랙기업, 최저임금 등으로 사회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3년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다고 응답한 청년층은 4년 동안 15만명이 증가했다”며 “청년층에서 10년간 쉬었다는 응답자가 증가한 것은 어떤 대책도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니트청년의 종류는 △적극 구직을 하는 실업형 △고시와 창업, 프리랜서 진학 등을 하는 진로탐색형 △육아와 가사 상태의 가사돌봄형 △육체와 정신적 소진으로 인한 소진휴식형 △공황장애와 우울, 불안 등으로 일하기 어려운 심신장애형 등 5가지로 분류된다.
박 대표는 사회가 니트청년의 무업기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자가 니트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무업기간에 삶이 변화하는 것을 느끼고 개인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시선의 변화가 사회 인식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니트청년을 위한 5가지 변화를 촉구했다. 니트청년에 대한 시각의 전환과 지원 패러다임의 변화, 청년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 정책, 무업기간 중 사회 안전망의 구축, 새로운 노동에 대한 담론 등이다.
기조발제가 끝난 후 좌장을 맡은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교수는 “과거 세대는 고속성장과 기회가 있었다.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 참 많았다”며 “지금은 경제적으로 선진국이지만 청년들의 기회가 막혀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니트 문제는 사회문제로 확대됐다. 과거 정부부터 지금까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며 “우리 사회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하게 일하지 않을 권리
토론회 패널 참가자인 김봉철 작가는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그 노력으로 닿을 수 있는 미래, 실수해도 정상 궤도로 돌아올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며 “이런 게 존재하지 않는 한 청년들은 정당하게 일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청년들 대다수가 일하게 될 중소기업의 작업 환경과 업무 강도, 임금 수준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며 “취업난이 심한데 일할 사람이 구해지지 않는 기업들은 가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청년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지헌 청년은 “청년이 되기 전부터 압박을 받는다. 좋은 대학과 회사에 취직해 일차적 매듭을 짓는다”며 “이에 성공하면 성공한 인생으로 평가받고 여기서 벗어나면 모자란 사람이 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성공에 대한 왕도를 강요하는 것은 하나의 방향성을 지향하게 한다”며 “성공을 해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정해진 왕도에 대한 사회적 맹신을 타파하고 다양성을 존중해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고차방정식 니트와 뉴 노멀
이충한 하자센터 기획부장은 ‘니트’를 정의하는 개념에 대해서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니트는 노력형 니트다. 일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너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취업준비 중 번아웃을 경험하고 번아웃 니트 상태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충한 부장은 “청년니트의 증가는 취업하라고 등 떠미는 현재의 정책방식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학벌 자본과 가치관 충돌, 노동·비노동 수익 격차 확대, 커뮤니티 관계 역량 약화, 고립감 등으로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니트 지원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노동의 영역으로 가기 위한 높은 문턱을 넘지 않고도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 일을 사회적으로 의미를 부여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니트는 고차방정식으로 그 원인이 다양하다. 자발적 니트와 비자발적 니트 등 한가지 변수에 매달릴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 때문에 대부분 교육기관과 일터가 방기하고 있는 청년들의 진로 사회화라는 사회적 책임을 비영리 스타트업이 고군분투하고 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혁(시원한 형) 사회비행자 대표도 니트의 종류가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활동적인 니트와 활동적인 니트가 존재하지만 활동형 니트는 범주화되지 않는다”며 “활동형 니트는 자율적이거나 공공적인 일의 경계에 있지만 여전히 니트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을 넘어 뉴 노멀을 찾아야 한다. 노동 소진과 니트, 은둔, 정신 질병, 극단적 선택 등의 사회적 문제는 일을 다시 바라봐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대안적인 일에 대한 정책을 만들고 다양한 주체가 진입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대안적 일의 특성은 주체의 다양성을 고려한 활동을 보장하고 노사관계를 탈피해야 한다”며 “이윤 중심과 자본주의적 생산성 패러다임을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