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7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협상을 위해 만났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만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는 매주 월요일 정례 오찬 회동을 통해 의견을 좁혀가기로 결정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국회의장 주재로 약 1시간가량 비공개 회동을 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우 의장은 “이렇게 같이 앉는 게 오랜만인데 마음이 참 무겁다”며 “정말 어렵게 원 구성이 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상임위원회가 잘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법제사법위원회가 겨우 간사를 정해 의결했으나 법사위를 빼고 여섯군데 상임위 간사 선임이 아직 안된 상황이다. 국회의장으로서 국민들께 면목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및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 오는 18일과 25일에 본회의 개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동의한 안건이 아니라며 의사일정 자체를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18일·25일 본회의 개최를 희망했지만 아직 상정 안건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일정에 합의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며 “앞으로 계속 대화를 위해 매주 월요일 국회의장 주재로 양당 원내대표단이 정례 오찬 회동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개원식 개최 여부에 대해 “여러 사정상 당분간 하기 쉽지 않다고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방송4법을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를 요청했었다”며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동의할 안건이 없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최대한 협의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단호하게 다수결과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우 의장이 18일 (본회의 개최와 관련한) 부분에 대해 숙고하실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장은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 수 있다.
양측은 이날 회동 시작부터 ‘역대 최장 지각 개원식’에 대한 책임을 상대 당에게 떠넘겼다.
추 원내대표는 “현재 민주당이 하는 행태는 방송4법·노란봉투법 등과 같은 숙의도 제대로 되지 않은 정쟁적 요소만 가득한 법안들만 지금 밀어붙이고, 본회의 의사일정 합의를 유도하고 강행하려는 모습만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사일정과 관련한 내용 등을 협의하기 위해 참석했지만 이런 회동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가 든다”며 “또한 위헌·위법적인 대통령 탄핵을 들먹이며 청원청문회를 강행하고 검사 탄핵 추진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하루빨리 여야 간 협치의 문화를 복원하고 민생을 위해 숙의·논의하는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박 원내대표 역시 날을 세웠다. 그는 “지금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한쪽이 계속 일을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면 애초부터 협상이나 대화는 어렵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을 향해 우르르 몰려가거나 소리를 지르고 회의를 방해하고 개원식에 대통령 오지 마시라고 요청해서 무산 시키더니 이젠 의사 일정 협의도 보이콧하고 있다”며 “이제 더이상 국회를 파행시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께서 결단을 내리실 때가 됐다. 오는 18일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를 열어주시고 법안처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