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참화 1년후] 이름뿐인 인화물질 검색대… 자동 화재 탐지시설 전혀 없어

[숭례문 참화 1년후] 이름뿐인 인화물질 검색대… 자동 화재 탐지시설 전혀 없어

기사승인 2009-02-02 17:45:02

[쿠키 사회] 숭례문 참화가 일어난지 1년이 다됐지만 화재 감시 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했다.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종묘, 숭례문 화재로 4대문 중 유일하게 남은 흥인지문도 화재 위험은 여전했다.

본보는 지난달 21일과 1일 2차례 김유식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 회장과 종묘, 흥인지문 등 서울시내 주요 목조문화재를 점검했다. 김 교수는 동행취재 내내 “제2의 숭례문 참화를 막기 위해서는 화재를 방지할 감시와 감지 시스템이 무엇보다 잘 갖춰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되뇌었다.

무용지물 CCTV, 장식용 검색대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 입구에 들어서기 전 ‘인화성 물질 반입을 금지하오니 관람객은 소지품 확인에 협조해 주십시오’라는 안내문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입구 한 켠엔 소지품 검색대라고 쓰인 팻말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검색은 이뤄지지 않았다. 입구에 서 있는 직원은 관람객의 입장표만 검사할 뿐 인화성 물질을 소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무관심했다. 누군가 고의로 방화할 마음을 먹고 유류물질과 라이터를 들고 입구를 지나도 아무 문제가 없어보였다.

CCTV도 턱없이 부족했다. 종묘의 전체 면적은 18만㎡가 넘는다. 하지만 CCTV는 7대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정문과 관리사무소 주변에만 설치됐고 정전(국보 227호)과 영녕전(보물 821호) 등 주요 문화재를 지키는 CCTV는 없었다. 종묘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오는 6월말까지 주요 건축물 주변에 CCTV 42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했다. CCTV는 경복궁 29대, 창덕궁 2대, 덕수궁 18대가 설치돼 있었지만 창경궁에는 단 1대도 없었다. 김 교수는 “CCTV는 화재예방을 위한 감시에 필수적이고 화재 발생 후 책임소재를 가리기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며 “꼭 필요한 곳에 설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주요 문화재를 연결하는 산책로에 심어진 나무도 세심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나무가 미관상 보기 좋지만 불이 붙으면 쉽게 타버려 방재 선진국에서는 주요 문화재 주변에 잘 심지 않는다”며 “언제든지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활엽수 위주로 조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 화재 탐지시설 여전히 없어

가장 큰 문제는 경복궁 등 서울시내 4개궁과 종묘, 흥인지문 등 점검해본 모든 문화재 어느 곳에도 열, 연기, 불꽃을 감지할 화재 감지 시스템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뒤 신속한 초동 대처가 안 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김 교수는 “목조문화재는 화재 발생 초기 10분이 매우 중요하다”며 “감지시설이 없으면 화재가 발생해도 연기가 나고 불길이 솟을 때까지 인지를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고 지적했다. 방재선진국인 일본은 주요 문화재에 감지 시스템을 설치한 것은 물론이고 미관까지 고려해 건축물과 같은 색의 감지기를 선으로 연결해 놓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난해 170억원을 투입해 국보, 보물 등 목조문화재 143개곳에 소화전, 화재탐지기, 경보기 등 소방시설 설치를 추진했다”며 “올해는 359억원을 추가 투입해 193개곳의 소방시설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재가 난 뒤 불이 잘 번지지 않게 하는 방염처리도 미흡했다. 문화재청은 1년에 1차례 정기적으로 문화재에 방염재를 도포한다. 방염재는 5∼6년이 지나면 효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새로 도포해야 한다. 종묘 영녕전을 둘러본 김 교수는 “방염 처리가 너무 오래돼 실제로 불이 붙으면 연소확대 제어에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 바로 옆에 음식점

개인이 소유한 문화재의 관리실태는 더욱 심각했다. 서울 홍지동 대원군별장(시도유형문화재 23호)은 바로 옆에 음식점이 붙어 있다. 취사용 가스는 물론이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많아 발화원 관리 자체가 힘든 실정이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남산골 한옥마을(시도민속자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김 교수는 “식당 운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원인을 제거하도록 노력하고, 식당 업주와 종업원이 참여하는 화재 예방 교육과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권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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