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효자’ 건설업, 국제 경쟁력을 높여라

‘내수 효자’ 건설업, 국제 경쟁력을 높여라

기사승인 2009-03-29 17:01:01

[쿠키 경제] 건설산업은 한국 경제의 성장과 고용창출에 큰 역할을 해왔다. 그 동안 한국경제를 이끌어왔고,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건설산업은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잘못된 업계 관행도 문제지만 각종 규제에 따른 경쟁력 약화, 미분양 적체 등은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국민일보는 '한국 경제 위기 극복 해법을 찾는다'라는 주제로 3회에 걸쳐 건설산업의 현 주소와 대책을 알아본다.



건설업은 그간 수출 중심의 한국 산업에서 내수를 떠받쳐온 기둥 역할을 해왔다. 고도 성장 하에서 고용을 흡수했고, 사회간접자본시설(SOC)과 주택을 지어 경제 발전에 큰 몫을 담당했다. 지난해 건설 투자액은 115조5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4.1%, 취업자는 182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수의 7.7% 규모다.

하지만 건설업은 각종 규제와 선진국에 비해 낮은 기술력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세계적 건설전문지 ENR 자료를 보면 2007년 기준 우리나라의 시공분야 세계시장 점유율은 2.6%로 미국, 프랑스, 일본은 물론 중국보다 낮다. 설계나 엔지니어링 분야는 더 낮아 같은 기간 한국 점유율은 0.4%에 불과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불합리한 규제 및 제도를 손질하고 건설사 내부 경쟁력 강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물 안 개구리 벗어나야=국내 건설업은 까다로운 진입장벽 등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치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 속에 정부의 각종 경기부양책과 세제 완화 혜택을 입고 안정된 주택 공급을 통해 성장해왔다는 것이다. 1970년대부터는 중동 진출 등 해외건설을 통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했으나 여전히 국내 비중, 특히 주택 부문 비중이 높은 게 사실이다.

2007년 국내 건설수주액 총 127조9000억원 중 주택사업 부문은 58조1000억여원으로 45.4%를 차지한다. 2008년에는 전체 국내 수주액 120조1000억원 중 주택사업 부문이 44조7000억원(37.2%)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신규 분양 수요 예측을 잘못하거나 주택 시장 침체가 길어질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가격 경쟁에서 기술 경쟁으로=건설업계가 각종 제도 중 가장 먼저 손질해야 한다고 꼽는 것은 공공공사 입·낙찰 방식이다. 현재 공공공사 입·낙찰은 공사 규모와 종류에 따라 최저가낙찰제, 적격심사, 턴키와 대안입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사실상 시공능력보다 가격 요인에 따라 시공사가 결정된다는 평가다. 또 공사 규모 등 형식적 기준에 따라 발주가 이뤄져 다양한 발주방식을 적용하기 곤란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업계가 채산성 악화 1순위로 꼽고 있는 것은 최저가낙찰제다. 최저가낙찰제는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하는 건설사에 시공권을 준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운찰제(운에 의존해 공사를 수주하는 행태를 빗댄 말)로 변질돼 업체의 부실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는 저가로 낙찰받은 뒤 설계 변경 등을 통해 공사금액을 올려 수익을 보전받는 사례도 많아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제기에 공감해 지난 26일 건설산업 선진화방안 발표에서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개선책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제도 자체는 유지키로 했다. 제대로 운용될 경우 업체 기술력을 제고하고 공정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최저가낙찰제가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시행하지 않는 제도로, 정부가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력·디자인 등을 종합해 판단하는 최고가치낙찰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업계 미래 시장 대비해야=전문가들은 건설업계가 향후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미래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할 수 있도록 시장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건물 ‘그린빌딩’으로의 리모델링 시장은 미국에서만 현재 1400억달러 규모다. 내년까지는 2700∼300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미국 업계는 그린빌딩 상품을 부동산 경기침체를 돌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보고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도 급성장이 예상된다. 유럽 시장은 180억달러 수준에서 내년에는 400∼70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최석인 연구위원은 “그린빌딩 시장 등은 공급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이 매우 큰 시장으로 평가된다”며 “현재 초기 성장 단계로 국내 건설업계에도 충분한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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