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가요’ 논란, 조혜련 ‘핑계 없는 무덤 없다’

‘기미가요’ 논란, 조혜련 ‘핑계 없는 무덤 없다’

기사승인 2009-04-05 15:22:01


[쿠키 연예] 개그우먼 조혜련(39)이 ‘일본 기미가요 박수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06년 일본 진출 이후 최대 위기다.

조혜련은 지난달 31일 방송된 일본 TBS의 예능 프로그램 ‘링컨’에서 가수 야시로 아키가 부른 기미가요를 듣고 웃으며 박수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4일 조혜련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자, 네티즌 여론은 싸늘하기 그지 없다. 조혜련이 출연하고 있는 국내 예능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찾아 조혜련의 하차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을 정도다.

△기미가요도 모르고 일본 진출했나=조혜련 측은 파문 확산에 노심초사하는 눈치다.

조혜련의 소속사 TN엔터테인먼트는 5일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조혜련이 가수의 등장이나 기미가요에 대해 사전에 전혀 몰라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기미가요인지 몰랐으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더 신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가수가 노래한다는 내용은 대본에도 없었고 어떤 노래인지 몰랐는데 30여 명의 게스트가 함께 박수를 치는 분위기에서 따라서 친 상황”이라며 “미리 알았다면 당연히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혜련 측의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혜련은 2006년 배용준의 한류 효과에 자극받아 일본 예능계에 진출했다. ‘한류 코미디언 1호’란 호칭이 붙었고, 일본 체류 경험을 살려 ‘박살 일본어’란 서적을 출간하기도 했다. 적어도 일본 문화에 대한 기초적인 배경 지식은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조혜련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기미가요를 듣고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기미가요는 일본 천황의 시대가 영원하기를 염원하는 내용으로 일본 강점기 당시 조선인의 황민화 정책을 위해 사용됐다. 만약 조혜련이 정말 기미가요를 모른 채 방송에서 박수를 쳤다면 일본에 대한 기초적 상식도 없이 ‘무대뽀’로 일본 진출을 감행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영화배우와 가수와는 달리 코미디언은 해외 진출이 무척 어려운 편에 속한다. 시청자들의 소위 ‘자국 이기주의’가 발동되는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각 나라의 문화적인 코드와 개그 콘셉트를 쉽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역사와 정체성, 정치와 사회, 시사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상식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 코미디의 페이소스다.

결국 조혜련은 일본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도 없이 일본에 진출했다는 사실을 시인해야 할 위기에 몰렸다.



△성과주의에만 집착?=문제는 또 있다. 만약 기미가요가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출연을 거절했을 것이라는 해명도 석연찮다.

일본 TBS의 예능 프로그램 ‘링컨’은 일본 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기 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서도 마니아 팬이 있을 정도다. 조혜련 측은 기미가요가 나오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출연을 거절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사후에 얼마든지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조혜련 측의 주장대로 가수가 노래한다는 내용이 대본에 없었고, 어떤 노래인지 몰랐는데 30여 명의 게스트가 함께 박수를 쳐 발생한 우발적인 상황이라면 프로그램 녹화 직후 제작진에 문의를 했어야 옳다. 생방송이라면 즉각 해명을 할 수 있었고, 녹화방송이라면 편집을 할 수 있었다.

조혜련과 소속사가 일본 진출의 성과주의에만 너무 집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방송가 한 관계자는 “(조혜련이) 사전에 몰랐다면 더 큰 문제”라며 “해외 진출 연예인이 기본적인 모니터링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역지사지=만약 KBS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고 있는 외국 출연자가 한국의 역사적 상황을 모르고 일본 기미가요를 불렀다면 어떻게 됐을까. 출연자의 영구 퇴출은 물론, 프로그램 폐지 논의가 빗발칠 것이다.

조혜련은 사안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 한국은 역사적 문제나 민족주의적 사안에 대해서는 실정법보다 국민 정서법이 더욱 강한 나라다. 더구나 최근 일본에 대한 국내 여론은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김연아-아사다 마오의 라이벌 관계 등으로 인해 긴장 상태다.

그동안 조혜련은 일본 진출 이후 숱한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일본 개그를 동경해 왔다”, “한국은 몸개그 한 방”, “한국에 아나운서 친구가 있는데 부자와 결혼하기 위해 아나운서가 됐다고 하더라”, “한국 여자들은 성형을 많이 한다”, “한국 남자들이 여자를 많이 때린다” 등 문제가 된 발언도 한 두번이 아니다.

편협한 애국주의, 민족주의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조혜련이 일본 진출을 왜 했는지에 대해 조금 더 성찰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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