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돌풍 상무 ‘군대스리가의 힘’

K―리그 돌풍 상무 ‘군대스리가의 힘’

기사승인 2009-04-13 16:20:01

[쿠키 스포츠] 연봉? 군인 월급이 전부다. 승리수당? 한마디로 배부른 소리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이기자. 그래야 휴가라도 늘어난다.

프로축구 K-리그에서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비프로팀’ 광주 상무 선수들의 얘기다. 상무는 1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5라운드 경기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를 1대0으로 꺾었다.

파죽의 3연승을 달린 상무는 4승1패(승점 12)가 돼 K-리그 중간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03시즌부터 K-리그에 참가한 상무가 중간순위 1위에 오른 것도, 정규리그 3연승을 거둔 것도 7시즌 만에 처음이다.

이렇게 잘나가는데 구단이나 부대(국군체육부대)의 대우도 조금을 달라지지 않았을까? 천만의 얘기다. 상무는 군인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해도 연봉이 오르지 않는다. 연봉이라고 해봤자 다른 군인들과 똑같이 받는 월급이 전부다. 그나마 2009년 공무원 보수가 동결된 바람에 상무 선수들의 연봉도 작년 그대로다. 상병은 월 8만8000원, 이병은 7만3500원을 받는다. 입대 전 프로팀에서 억대 연봉을 받던 선수들로서는 간에 기별도 안갈 액수다.

그렇다고 출전수당이나 승리수당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구단 사무국의 이경재 대리는 “어떤 경우에도 별도의 수당을 지급할 수는 없다. 휴가 나갈 때 국군체육부대에서 휴가일수를 조금 늘려주는 것 말고는 포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무는 군인팀이지만, 구단 운영은 실질적으로 광주광역시가 맡아서 하고 있다. 구단주도 박광태 광주광역시장이고, 사무국 직원들도 민간인이다. 국방부에서는 선수 월급과 국군체육부대내 ‘병영생활’에 드는 비용만 부담한다.

광주시가 한해 상무 선수단 운영비로 쓰는 돈은 20억원. 경기가 있을 때마다 드는 선수단 숙식비, 선수단버스 운행비와 사무국 직원 급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상무는 광주를 연고지로 하고 있지만, 숙소는 경기도 성남 창곡동에 있는 국군체육부대 안에 있다. 상무 선수들 입장에서는 홈 경기나
원정 경기나 차이가 없다. 홈 경기가 열릴 때도 하루 전에 선수단버스를 타고 광주로 이동해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성남 숙소로 돌아와 점호를 받아야 한다.

제주 원정 경기를 빼고는 비행기도 안탄다. 장거리 원정일 때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고려해 1박2일이 아닌 2박3일 일정을 잡는다. 이경재 대리는 “프로팀들에 비해 구단 운영비는 적지만 선수들이 밖에서 먹고 자는 것은 다른 팀과 똑같다”고 말했다.

군인 신분인 만큼 팀내 위계 질서도 명확하다. 프로팀에 있을 때 따졌던 선후배 관계는 일단 무시된다. 현재 상무팀에는 상병과 이병밖에 없다. 선수 선발을 1년 주기로 하기 때문이다. 김용대 등 6월1일자로 병장이 되는 상병이 21명이고, 입대하자마자 상무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최성국 등 이병이 22명이다.

1년 주기의 선수 선발 때문에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 것도 힘들다. 어느 정도 조직력이 갖춰졌다 싶으면 선수의 절반이 제대하고, 그 공백을 신병들로 메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상무가 잘나가고 있는 것은 올해 신병 자원이 다른 해보다 좋았다는 얘기다.

사병 치고는 나이도 만만치 않다. 골키퍼인 상병 김용대는 1979년생으로 만 서른 살이다. 이병 최원권(28) 배효성 김태민 박병규(이상 27) 최성국(26)도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다. 뒤늦게 군문(軍門)을 두드린 노장들이 군인정신으로 똘똘 뭉쳐 진정한 ‘군대스리가’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상운 기자
swcho@kmib.co.kr
조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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