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외면 받는 ‘교육감 직선제’ 대안 찾아야

국민 외면 받는 ‘교육감 직선제’ 대안 찾아야

기사승인 2009-04-21 17:14:02
[쿠키 사회] 내년부터 교육감 선거를 따로 치르지 않고 지방선거 투표일에 교육감을 같이 뽑는다. 교육자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별도 선거를 실시했으나 유권자들의 참여가 너무 낮아 대표성 논란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8일 치러진 경기도교육감 선거는 12.3%라는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 방식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현행대로 전체 유권자들이 뽑는 주민 직선제를 유지하자는 방안이 있는가 하면 교사나 학부모 등 교육관계자들로 유권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때 정치권에서는 교육감 후보를 광역단체장의 러닝메이트로 검토하기도 했고 직선제와 간선제를 절충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이에 본보 교육팀은 각계 전문가 및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교육감 선거 방식의 개선방안과 문제점 등을 짚어보았다.

◇동시선거, 투표율은 높겠지만…=교육감 선거가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될 경우 일단 투표율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독립적으로 치뤄졌던 역대 교육감 선거가 15%내외의 저조한 투표율을 보인 반면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와 함께 실시된 4개 지역 교육감 선거에선 투표율이 모두 60%대에 이르렀다.
설동근 부산시교육감은 “교육감 선거를 지자체장을 뽑는 선거와 동시에 치른다면 국민들의 참여는 물론 과다한 선거비용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당 공천을 받는 지자체장 선거와 동시에 선거가 실시될 경우 교육이 정치에 예속돼 각 후보의 정책과 공약이 파묻히는 ‘묻지마 투표’가 이뤄질 수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교육감 후보를 정당에서 공천할 수는 없지만 기호 배정 순서가 후보자 이름의 가나다 순에서 1·2·3 방식으로 배정함에 따라 일반 공직선거에서 적용되는 기호배정 순서와 혼동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7년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는 당선된 대통령 후보의 기호와 같았던 2번 후보들이 모두 당선되는 현상을 빚었다.

교육감 직선제를 간선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선 주민자치라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어서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교육감의 독립적 집행기관의 성격을 감안하면 주민직선제라는 대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주민직선은 분명히 교육자치제도가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직선제를 지지했다. 학부모 임미오(광주 풍남동)씨는 “학부모들 사이에선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없고, 관심이 닿는 부분도 없다”면서도 “하지만 시대흐름으로 볼 때 직선제가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이 전문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만큼 인기에 영합하는 직선제가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이기우 인하대 법대 교수는 “선거는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인 결정이기 때문에 교육행정의 전문성과 교육감 직선은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직선으로 당선된 교육감과 직선으로 당선된 도지사가 견해를 달리할 경우 상호간에 협조가 어려워 지역교육 발전을 위한 자원의 집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닝메이트제는 찬·반 팽팽=정치권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러닝메이트제와 교육감·지자체장 통합 논의는 찬반이 크게 엇갈렸다. 찬성하는 쪽은 교육의 효율성을 강조했지만, 반대하는 쪽은 교육의 정치 예속이 가속화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설 교육감은 “정당이 교육감 선거에 직접 관여하면 여·야간 대리전으로 변질돼 교육 현장이 정치의 장으로 황폐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희 교총회장도 “교육과 일반행정의 통합론은 효율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시각”이라며 “비전문가에 의한 비교육적 결정과 주민의 다수 요구를 우선시하는 인기몰이 등으로 교육의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기우 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은 교육감과 단체장의 통합을 제안했다. 이 전 차관은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강조하기에는 교육자치가 너무 퇴색되고 변질됐다”면서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지금의 교육자치는 오히려 허울만의 자치”라고 규정했다. 그는 “시·도지사가 교육을 직접 챙길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교육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단체장으로 선출해야 한다”면서 “단체장은 교육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교육담당 부단체장 한 명을 임명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직선제와 간선제를 보완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은 “현재는 교육감을 일률적으로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교육수요자인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선임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면서 “교육감 선임 방식을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조례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감 선임 방식을 각 광역 지자체별로 주민 직선, 시·도지사 임명제, 러닝메이트제 등 3개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자는 것이다.

최창의 경기도 교육위원은 “교육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가 낮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직접 교육과 관련된 학부모, 교원들을 투표인으로 하는 준직선제 형태의 선거 방식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모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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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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