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다 쓴 플래카드를 모아 천 밧줄로 재활용하는 사람이 있다. 천과 나일론이 섞여 있는 플래카드는 내구성이 80년에 이른다. 이를 밧줄로 만들면 양식장에서 조개류 수정란 부착용 지주대 등으로 쓸 수 있다.
국내 처음으로 ‘폐플래카드 재활용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이형주(65) 수질보호환경운동회 여수지회장은 각종 행사에서 광고·홍보용으로 쓰이다 수명을 다한 플래카드를 수거해 새끼줄을 꼬듯 천 밧줄을 만들어 양식장에 제공하고 있다.
사업과 환경운동단체 활동을 병행하던 이씨가 폐플래카드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7년 우연히 들른 여수 쓰레기매립장에서 크레인에 매달린 플래카드 무더기를 보면서부터다. 재활용 방법을 찾던 그는 지난해 1월 일본에서 폐플래카드로 밧줄을 만드는 기계를 5000만원을 주고 들여왔다. 이어 전남도청 등 지방자치단체를 찾아 폐플래카드를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
밧줄로 만드는 과정은 새끼줄을 꼬는 과정과 비슷하다. 노끈과 철사를 분리한 천을 모아 폭 7㎝로 자르고 7가닥씩 기계에 넣어 꼰다. 이것을 다시 3갈래씩 넣고 한번 더 꼬아주면 둘레 6㎝ 안팎의 굵은 밧줄이 완성된다. 천 밧줄은 우렁쉥이, 가리비, 홍합 등을 기르는 양식장으로 팔려 나간다. 나일론으로 만든 밧줄은 미끄러운 반면 천 밧줄은 수정란 부착력이 좋은데다 가격이 싸다.
기계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이 찾아왔다. 이미 각 지자체에서 외부업체에 용역을 줘 폐플래카드를 처리하고 있었던 것. 폐플래카드로 밧줄을 만든다는 설명에도 믿어주지 않았다. 비싼 값을 주고 들여놓은 기계는 1년 동안 한번도 돌리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1월 여수시와 손을 잡게 됐다. 시에서 준 폐플래카드 35t을 시작으로 지금은 옥외광고물협회에서 플래카드를 자체적으로 수거해주고 있다. 입소문이 나자 전남도는 지난달 “재활용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폐플래카드 수거 및 보관에 적극 협조하고 관내 광고업체 등에서도 폐플래카드가 재활용될 수 있도록 홍보해달라”는 공문을 목포시, 담양군 등 5개시와 17개군에 보냈다.
이씨는 “그냥 버려지면 쓰레기에 불과한 플래카드로 밧줄을 만들어 환경오염을 막고 돈도 버니 이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냐”며 “다른 지자체에서도 폐플래카드 재활용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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