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인천 가좌동 공단 한켠에 자리잡은 한국이주민노동자인권센터. 1주일에 한번, 일요일에만 진료를 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일요병원’은 21일 오후 2시에도 어김 없이 문을 열었다.
문 밖에 길게 줄을 섰던 외국인 노동자들은 차례대로 접수대 앞으로 다가왔다. 자원봉사자로 나온 대학생 3명이 접수대에 앉아 한국말이 서툰 이주노동자들에게 또박 또박 ‘어디가 아프셔서 왔어요’라고 묻고는 이름을 적었다. 33㎡(10평) 남짓한 치과 진료소 안에 마련된 4개의 진료대는 금방 환자들로 꽉찼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에서 나온 의사 2명과 치위생사 4명의 손놀림도 덩달아 바빠졌다.
인권센터가 6년째 운영하는 일요병원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료 병원이다. 접수비 1000원이 진료비 전부다.
2004년 10월 치과진료소를 시작으로 2006년 무지개약국, 지난 1월에는 한방병원이 문을 열었다. 건설현장이나 공장에서 몸을 다치는 일이 잦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물리치료를 해주는 한방병원은 매주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그동안 이곳을 찾은 이주노동자는 2000명이 넘는다. 충치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바와(31·인도네시아)씨는 “병원 비싸서 못가요. 그냥 참아요. 그런데 여기는 공짜라 좋아요. 의사선생님들도 좋아요”라며 서툰 한국말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병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곳은 최근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2004년부터 660여 ㎡(200여평)의 공간을 무상으로 임대해줬던 독지가가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건물을 비워달라고 부탁했기 때문.
약속된 기한은 다음달 15일이지만 아직 옮겨갈 장소를 찾지 못했다. 회원들의 후원금만으로 운영되다보니 보증금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김기돈 상담팀장은 “센터가 이주하는 데 보증금과 이주비 등 최소 4000만원이 필요하지만 아직 절반 정도 밖에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센터에는 병원 외에도 한글 교실과 컴퓨터 교실, 독서실 등이 있다. 매주 일요일 2시간씩 진행되는 한글수업에는 100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낯선 한국땅에서 간단한 의사 표시라도 할 수 있게 된 건 한글교실 덕분이다.
진지한 표정으로 수업을 듣던 투엔(36·베트남)씨는 “한글 어려운데 너무 재밌어요. 오늘은 지하철 타고 움직이는 방법 배웠어요. 선생님 너무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9개월, 센터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친구도 사귀었다는 수기(26·인도네시아)씨는 “여기서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치과도 가고 싶어요. 컴퓨터도 배우고 싶어요. 여기는 친구들 만날 수 있어 좋아요. 계속 하면 안 되나요”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인천=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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