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여야가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 방향에 합의를 이루지 못함에 따라 대규모 해고 사태가 일어날 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앞으로 2년의 사용기간이 만료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해고하는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과제는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문제 해결할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을 찾는 일이다.
◇‘해고대란’일어나나=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이나 해고는 7월1일 이전에도, 이후에도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선택이다. 기간제한 조항의 시행을 연기한다고 없어지는 일이 아니다. 정부는 비정규직 관련법의 사용기간 제한 조항이 적용되는 7월부터 순차적으로 비정규직 70여만명 중 대부분이 해고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장된 수치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3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에서 2년이상 일한 한시적 노동자 가운데 법의 적용을 받는 경우는 71만4000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7월 이전에 계약이 만료됐거나 이직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간제 근로자 대부분이 1년 이하 기간으로 계약하거나,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이다. 이미 계약을 갱신했다면 그 시점부터 다시 2년이 지나야 정규직 전환과 해고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따라서 통계청 조사를 재분석하면 비정규직법이 적용되는 '근속기간 2년이상' 기간제 노동자는 현재 최대 40만명 안팎이라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해고대란이 없을 것이라는 점은 지난해 6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비정규직법 시행이 기업인력운용에 미치는 영향’ 실태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전국 285개 응답 사업장 인사담당자는 비정규직보호법이 비정규직 규모 축소에 일정부분 효과를 거둔 동시에 고용규모 감소도 초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응답기업의 39.7%는 비정규직을 줄였다고 답했다. 그 중
절반이 감소분 만큼 정규직을 더 채용했다고 응답했고, 나머지는 일자리 자체를 감소시킨(시킬)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제한에 걸리는 기간제 근로자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63.3%가 “다른 근로자로 대체하거나 외주화한다”고 답했다.
따라서 전체 고용규모가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지만, 대체되는 비정규직들이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느냐를 둘러싼 논란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네 명중 세 명은 1, 2개월 안에 새 일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비정규직법 제정 당시 의도와 전망=2006년 비정규직법을 제정할 당시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비정규직 사용을 어차피 합법화해 주는 것인데 너무 남용하는 경향이 있으니 비정규직 쓰는 것을 조금 불편하게 만들어 남용을 제한하고 부당한 차별을 완화하자는 게 목표”라고 말했었다.
노동계는 법 제정 당시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계절적 수요 등에 한하도록 사용 사유를 규제하는 방식을 선호했지만 경영계와의 타협에 따라 지금의 기간 제한 방식에 합의했다. 민주노총은 법 제정에 끝까지 반대했다. 그러나 지금 그 기간 제한 방식이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금 비정규직법의 틀을 다시 짜자는 전제 아래 기간제한 철폐, 사유제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최영기 석좌연구위원은 “지금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법 개정 뿐만 아니라 임금차별 해소를 위한 업종, 직종별 표준임금 작성과 사회안전망 확충 등 다각적 대안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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