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7월까지 16개 기업 및 사업장의 노조 3만2000여명의 노조원들이 민주노총에 등을 돌렸다. 특히 인천지하철,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대형 공공부문 사업장의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게다가 서울메트로(조합원 8947명), 대구도시철도(1490명), 광주도시철도(457명) 등 3개 지하철 노조가 오는 10월쯤 민주노총을 탈퇴키로 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애써 태연한 모습이지만, 내부에서는 긴장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금속노조 내부도 심상치 않다. 현대자동차도 현재 금속노조와 격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10월부터 무조건 지역지부로 전환해야 하는 금속노조의 규약·규정을 거부하고 기업지부를 유지하기로 했다. 차기 노조 집행부 선거도 현행 기업지부 체제로 치를 예정이다. 쌍용차노조의 탈퇴에 이어 현대차도 금속노조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아직 자리잡지 못한 금속노조 산별교섭도 온전하게 싹을 틔우지 못한 채 시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올 들어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위원장들은 정치투쟁을 지양하고 조합원의 권익 보호에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현장과 동떨어진 명분·이념 위주의 정치파업을 고집하면서 각 사업장 노조에 인원 동원 협조 등 무리한 요구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영기 경기개발원 수석연구위원은 “1987년부터 10년간 통했던 머리띠와 투쟁가요는 이제 더 이상 조합원과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면서 “대중집회와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은 이제 정책대안 제시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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