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영화人] 욕심 많은 남자 박재정, ‘발호세’를 넘다

[Ki-Z 영화人] 욕심 많은 남자 박재정, ‘발호세’를 넘다

기사승인 2010-11-20 13:01:00

[쿠키 영화] 참 묘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경력부터가 다채롭다. 2006년 KBS 스타 서바이벌 오디션 공채로 연예계에 데뷔한 후, 광고 모델, 드라마, 연극, 뮤지컬, 예능을 짧은 시간 안에 두루 거쳤다. 여기에 이번에는 11월 25일 개봉하는 영화 <우리 만난 적 있나요>를 통해 스크린 데뷔까지 했다. 연예계 5년 차 만의 경력 치고는 ‘화려’하다는 수식어를 붙어도 무방할 정도지만, 일면 너무 급하게 가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사실 쉬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제가 연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영화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죠. 그런데 데뷔하자마자 광고부터 하고, 이후 드라마와 예능, 뮤지컬 등을 하고 이제 영화를 하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는 하다보니까 각 영역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제는 제가 뿌리가 연기자이기 때문에, 저랑 색깔이 맞는 것을 찾아서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하죠. 제가 야구를 좋아하는데, 이제 한 타순을 돈 것 같아요”

특히 박재정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서 소녀시대 윤아와 호흡을 맞추면서부터다. 일일 드라마 특성상 주인공들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당시 박재정은 연기력 논란에 휩싸여 ‘발호세’ (발로 연기한다는 것)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까지 얻었다. 최근 이에 대해 그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내가 그런 큰 역할을 맡을 그릇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괴로웠던 심정을 털어놨다.

“물론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당시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런 말들 자체가 굉장히 스트레스고, 마음 고생이었죠. 일일드라마가 178회인데, 10개월에 걸친 작업들이 1~2분짜리 동영상으로 모든 것을 판단된다는 것이, 그것을 굉장히 희화화시켰다는 것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그때 힘든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한번 더 성숙해진 시간이 되었고, 연기자로서 반성의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 상황이 제 배우 인생에서 한편의 드라마틱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훗날 시간이 지나서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좋은 평가를 받아야죠”

앞서도 언급했듯이 박재정은 짧은 시간 안에 연기의 폭을 넓혔다. 특히 이번 스크린 데뷔는 그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지난 17일 영화 <우리 만난 적 있나요> 언론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재정은 “스크린 데뷔는 내 연기 인생의 사건”이라는 표현까지 했다. 드라마-연극-뮤지컬을 두루 거친 후인데도 스크린 데뷔에 남다른 의미를 두는 이유가 뭘까.

“제가 서울에 연기자 생활을 꿈꾸고 올라왔어요. 그런데 어떻게 하다보니 다른 영역의 일을 하고 나서 제일 마지막에 제 꿈을 이룬 것 같아, 제게는 큰 사건이자 기쁜 날이기도 해서 그렇게 말한 것 같아요. 사실 데뷔 전에 영화 오디션을 많이 보기도 했고, 단편영화 작업도 했었죠. 또 장편은 하다가 끝까지 개봉 못한 것들도 있어요. 그런 일련의 고생을 거쳤기 때문에 (연기) 영역에서는 제일 나중이지만, 제일 가슴 벅찬 시간이었죠”

박재정이 극중 맡은 역할은 사랑과 일에 실패하고 강사 자리가 났다는 소식에 주저없이 안동으로 향한 무명의 사진작가 ‘은교’다. 안동서 만난 ‘인우’ (윤소이)를 보고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되다가, 결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신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랑하는 사이임을 알게 되지만, 결국 이루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연기한다. 따뜻하면서도 애틋한 멜로 영화를 첫 스크린 데뷔작으로 선택한 이유가 뭘까.

“할리우드에서는 나이가 많은 배우들이 멜로를 많이 하기도 하지만, 저는 제가 멜로라는 장르를 좋아하고, 감독님을 뵙고 나서 그 분의 정서나 대본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선택했죠. 영화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가족적인 분위기였다는 점도 이 영화를 선택하는데 한 몫했죠”



극중 박재정과 윤소이는 서로에 대해 끌리면서도 안타까운 감정을 이어나간다. 서로의 감정을 내보일 수 있는 순간에도, 여느 영화처럼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를 기다리던 중 결국은 이어지지 못한다. 약 450여 년전, 실제 조선에서 있었던 이야기로 해외 저널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기도 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영화 속 안타까움은 더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박재정과 윤소이의 멜로 라인은 정신적인 교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스킨십이 적은 것에 대해) 물론 아쉬움은 있지만, 정신적인 사랑을 크게 보여주는 멜로에요. 보통 80~90년을 사는데, 저희 영화가 450년에 걸친 사랑이니까, 이는 ‘영원’이고 ‘하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요즘 시기, 모든 다는 아니지만, 인스턴트적인 인간관계가 많은데, 저희는 남녀의 관계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의 연속성이 이어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런 부분에 대해 저도 공감을 하고요”

스토리도 따뜻하고, 스크린 속 가득 채우는 안동의 모습도 아름답고 박재정의 영화 선택 이유도 이해가 되지만, 의외인 면도 있었다. <우리 만난 적 있나요>는 대중적이고 상업 영화로서는 다소 부족한 느낌도 든다. 어떻게 보면 저예산 독립 영화와 상업 영화의 경계선에 있는 듯하다. 개봉관 역시 대중적이라기보다는 전국 CGV 무비꼴라쥬에서만 개봉된다. 박재정의 영화 선택 이유로서 이런 부분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오히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최근 자극적인 영화가 많은데, 그에 비해 이 영화는 결울에 굉장히 따뜻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사람끼리 와서 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고, 착한 사람들이 만들어서 착한 사랑, 좋은 기운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에요. 오히려 저는 이변을 연출하고 싶어요. 할리우드 영화와 붙어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이겼으면 해요”

극 중 윤소이와 호흡을 맞추는 박재정은 일면 남자들이 부러워할 만한 파트너 경력을 자랑한다. 특히 여러 번 거론되었듯이 걸그룹 멤버들과의 인연은 남다르다. KBS1TV ‘너는 내 운명’에서는 소녀시대 윤아와 호흡을 맞췄고,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애프터스쿨 유이랑 가상 부부로 등장했다. 또 SBS ‘커피하우스’에서는 티아라 은정을 지켜주는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로 등장한다. 이뿐만 아니다. 과거 KBS2TV ‘스타 서바이벌’ 방영 당시 같이 출연해 ‘건대 장진영’이란 별명을 얻었던 박은지는 현재 ‘나인뮤지스’ 멤버다. 지상파 4개 채널에 두루두루 다니며 인연을 맺은 셈이다.

“그것은 제가 의도하지 않은 것이고, 제가 하고 싶다고 한 것도 아니죠.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어요. 저 같은 놈이 훌륭한 걸그룹 멤버들과 함께 한 것이 영광이죠. (나이 차이가 많이 나 호흡을 맞추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어려울 수도 있었지만, 크게 어려움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죠. 영역이 달라서 자주 연락은 하지 못하지만, 음반이 나오거나 하면 사보고 응원하곤 그러죠”

5년 만에 영화-드라마-연극-뮤지컬-광고-예능 등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아직도 박재정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극과 극이다. 그만의 독특한 연기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그의 연기에 대해 의문을 다는 사람들도 있다. 박재정 스스로 자신의 연기에 대한 평가와 변화가 궁금했다.

“저는 ‘조니뎁’과 ‘오다기리 조’를 좋아하는데, 이분들도 초반 필모그라피를 보면 굉장히 독특하고 특이한 장르를 했던 것 같아요. 인디적이면서도 자기 만의 색깔을 가진 역할들. 그런 영화를 충분히 소화해 내면서도 굉장히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영화도 두루두루 하시잖아요. 저도 제 색깔을 가지면서 대중들과 소통을 갖는 균형을 맞추고 싶어요. 대중성과 실험적인 면을 모두 연기하고 싶죠”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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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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