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뿌린듯 녹색물·빨간물… 타들어가는 우리 강·바다

페인트 뿌린듯 녹색물·빨간물… 타들어가는 우리 강·바다

기사승인 2013-08-21 04:59:01

청풍호·대청호·금강·낙동강·영산강 일대 르포

[쿠키 사회] “매년 녹조가 발생하지만 올해처럼 심각한 모습은 처음 봅니다. 식수로 사용되는 물이 오염돼 걱정입니다.”

20일 오전 수도권 상수원인 충북 제천 청풍호에 녹조(綠藻)가 발생해 수돗물 식수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청풍호 지류인 제천시 금성면 중전리와 월굴리 인근 호수는 녹색 물감을 뿌린 것처럼 진녹색의 녹조가 호수 면을 뒤덮고 있었다. 호수 가장자리는 녹조 알갱이가 서로 뭉쳐 끈적일 정도로 농도가 짙어졌고 부패해 악취를 풍기는 곳도 있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2주 전부터 호수 가장자리에 녹색 띠가 형성되더니 심한 악취와 함께 녹조 덩어리까지 떠다니고 있었다. 빗물에 온갖 쓰레기가 떠내려 온 데다 폭염까지 겹치면서 녹조류가 빠르게 번식하고 있는 것이다.

제천시 중전리 지용기(55) 이장은 “어민들이 물고기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녹조가 심각하다”며 “녹조가 점점 확산되고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충청권 상수원인 대청호와 금강, 낙동강, 영산강 등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청호 주변을 청소하던 주민들은 녹색으로 변한 호수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대전·청주 취수탑에 녹조가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한 수중 차단막이 설치돼 다소나마 안심이 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대청호를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주민들은 녹조가 확산되면서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권혁재(35·충북 청주시)씨는 “당분간은 편의점에서 파는 생수를 사 먹어야 할 것 같다”며 “매년 심각해지는 녹조를 보면서 어린 자녀들의 앞날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대청호에는 보은 회남면, 청원군 문의면, 대전 동구 추동 등 3곳에 취수탑이 있다. 취수탑이 설치된 상수원 일대에 조류경보가 발령될 경우 대응 매뉴얼에 따라 관계기관들이 즉각적인 관리에 들어간다.

충북도는 대청호와 청풍호 등에 대해 녹조 발생을 확인하고 수질조사에 들어갔지만 현재까지는 수돗물에 독소물질과 냄새물질이 검출되지 않아 식수관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낙동강 중·상류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금남리 낙동강 버드나무 군락지 옆 낙동강은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았다. 이곳은 칠곡보와 강정고령보 사이에 위치한 곳이다. 몇 년 전만 해도 30년 이상 자란 버드나무 수천 그루와 낙동강이 빚어낸 풍경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하지만 이날 이곳은 녹조로 뒤덮여 바닥이 보이지 않았고, 물에 반쯤 잠긴 채 말라죽은 버드나무만 눈에 띄었다.

대구환경청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 낙동강 6개보 중 하류 쪽에 있는 달성보와 강정고령보에만 내려졌던 조류 ‘관심 단계’가 지난 19일 중·상류 지역인 칠곡보와 구미보까지 확대됐다.

전남 영산강 일대도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승촌보에는 마치 녹색 물감을 짜놓은 것처럼 녹조가 퍼져 있었다. 죽산보에는 녹색 띠가 형성된 녹조가 둥둥 떠다니다 보 주변으로 밀려와 말라붙는 등 녹조의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 충주권관리단 홍기훈(55) 팀장은 “수도권 상수원인 청풍호에 발생한 녹조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라며 “이 구간의 수질 기온과 풍향 등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환경청 관계자도 “상류에 있는 상주보, 낙단보에는 아직 녹조가 발견되지 않았고 녹조 발생 지역도 식수원에는 문제가 없다”며 “주민들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검사를 주 1회에서 3회로 늘렸다”고 밝혔다.

제천=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성헌 기자, 칠곡=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일영 기자 adhong@kmib.co.kr

청정해역 울릉도에도… 첫 적조 발생

유해성 적조가 강원도 삼척을 지나 강릉시 옥계면 금진항 앞바다까지 북상했다. 청정해역인 울릉도에도 처음으로 적조가 발생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지난 15일 삼척 호산 앞바다 약 3∼16㎞까지 북상했던 적조가 20일 강릉 옥계면 금진항 앞바다까지 확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산과학원은 이날 동해시 묵호진동 묵호항∼양양군 현북면 하조대 구간에 적조주의보를 발령했다.

동해수산연구소 관계자는 “강릉 금진항에서는 유해적조생물이 적게 검출돼(㎖당 50셀) 피해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울릉도 서방 먼바다(16㎞) 해상에 적조 띠가 넓게 분포돼 있는 데다 수온이 높아 당분간 적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현재 적조주의보가 내려진 해역은 강원도 동해∼양양 구간과 경남 거제시 지심도 동측∼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동 청사포항 등이다. 적조경보는 전남 고흥 내나로도 동측∼경남 거제 지심도 동측과 부산 해운대구 중동 청사포항∼강원도 동해 묵호진동 묵호항 구간에 내려져 있다.

경북 울릉군에 따르면 지난 18일 울릉도 해안에 적조가 발생했으나 이날 현재 대부분 소멸한 상태다. 이번 적조는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가두봉 등대에서부터 서면 태하리 대풍감까지 1∼3㎞ 연안에 퍼져 수산당국이 한때 긴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울릉도는 해상 양식장이 없고 육상 양식장 3곳만 있어 적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적조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소멸됐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어업지도선을 내보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동해안에는 어류 양식장이 적어 적조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부분 횟집이 바닷물을 끌어다 쓰고 있어 활어의 폐사가 우려된다. 실제로 삼척시 원덕읍 임원항 회센터에서는 활어가 떼죽음을 당하는 피해가 났다.

삼척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6시쯤 회센터 41곳에서 수족관과 대야에 보관하던 넙치와 우럭 등 횟감용 어류가 폐사해 4600만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했다. 적조 피해는 지난 18일 오후 8시쯤 유해성 적조가 바닷물을 공급하는 해수 취수관으로 유입, 회센터의 수족관과 대야에 공급되면서 발생했다. 19∼20일 이틀간 임시휴업한 회센터는 21일부터 정상운영에 들어간다.

시 관계자는 “횟집에서는 바닷물 취수를 중단하고 냉각기를 가동하거나 산소공급을 늘려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적조 피해에 대비해 동해안 각 시·군에 비상대책상황실을 운영 중이다. 또 강릉 강동면 안인지역 육상 어류 양식장 4곳에는 해수 공급을 중단하고 액화산소를 확대 공급키로 했다.

남해안의 적조는 세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해안 적조는 당분간 계속 북상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경남지역 어류 양식장에서 2341만 마리가 폐사해 184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경북은 186억원(136만 마리), 전남은 4억원(100만 마리)의 피해가 났다.

강릉=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녹조현상·적조현상

녹조(綠藻)현상은 강이나 호수, 하천에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질소, 인 등 영양물질이 급증하면서 녹조류와 남조류가 크게 늘어나 물빛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녹조가 발생하면 수중으로 햇빛이 차단되고 용존산소가 유입되지 않아 물고기와 수중생물이 죽고 수역의 생태계가 파괴된다.

적조(赤潮)현상은 수온 상승이나 대량의 담수 유입, 해수의 정체 등으로 인해 플랑크톤이 이상증식하면서 바닷물이 붉은 빛을 띠는 현상이다. 붉은색이 많지만 플랑크톤의 종류에 따라 오렌지색이나 적갈색, 갈색 등을 띠기도 한다. 적조가 발생하면 어패류들이 산소 부족으로 질식해 폐사한다.
전재우 기자
adhong@kmib.co.kr
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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