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도 가정주부도 “죽고싶다”, 33분마다 1명꼴 ‘자살’

직장인도 가정주부도 “죽고싶다”, 33분마다 1명꼴 ‘자살’

기사승인 2013-09-09 15:49:00

세계 자살예방의 날, 한국은 여전히 자살 1위 불명예

[쿠키 건강] #직장인 김씨(45세)는 이번 승진에서 탈락했다. 동료들은 물론이고 한참 후배들도 하나둘씩 승진해가며 내 자리를 넘어서고 있는데 김씨는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늘 자책을 하고 회사 내에서도 부끄럽고 가족들에게도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우울하고 잠도 못자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세상에는 혼자 뿐인 것 같았고 절망적이라는 김씨. 그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더 이상 세상에서 버틸 자신이 없어 죽을 결심을 하고 옥상으로 올라간다.

#가정주부인 박씨(50세)는 밝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늘 즐겁게 살아왔다. 가족들의 권유로 받아봤던 건강검진에서 청천벽력으로 유방암 판정을 받게 됐다.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도 시작했다. 늘 쾌활한 박씨였지만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무기력해지고 건강했었던 과거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지금의 모습이 초라하고 우울해졌다. 가족들에게도 짐이 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계속 떠나질 않는다. 그냥 죽는 게 나을 지 고민도 된다.

한국,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살률 1위.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한해에 1만 5906명이 자살을 선택했다. 우리나라 인구의 10만명 당 31.7명이 자살을 한 것으로 이는 하루 43.6명, 33분마다 1명이 자살하는 셈이다.

이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정석 보라매병원 정신과 교수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있다”며 “특히 요즘같이 경쟁이 많고 수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는 현대인은 자살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자살 빈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과도한 업무량이나 불규칙한 업무 스케줄, 혹은 성과 위주의 승진 등 모든 것들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우울증을 야기하기도 한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일차적으로 병원 응급실로 오게 된다. 응급실에서의 적극적인 대처와 치료가 이뤄지면 이후에는 자살 재시도를 막기 위한 사후관리 서비스도 병원과 지역사회의 정신건강증진센터나 보건소 혹은 자살예방센터 등과의 협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부터 보라매병원 등 전국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25개 기관을 응급실 기반 자살기도자 사후관리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했다.

자살은 개인의 문제로만 치환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 교수는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필수적”이라며 “자살 예방과 함께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에 대한 관리를 위한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는 세계 여러 국가와 자살문제 예방과 대책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공동의 노력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2003년 9월 10일을 ‘세계자살예방의 날’로 제정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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