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고대 대자보 ‘술렁’… “속이 다 시원” vs “비약 심한 선동”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고대 대자보 ‘술렁’… “속이 다 시원” vs “비약 심한 선동”

기사승인 2013-12-13 11:18:01

[쿠키 사회] 고려대 교내 게시판에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는 손으로 쓴 대자보가 붙어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27)씨는 지난 10일 오전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각성을 요구하는 듯한 대자보를 써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붙였다.

주씨는 철도노조 파업 논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며 파업했다는 이유로 4213명이 직위해제 됐다”면서 “노동법에도 파업권이 없어질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이어 “시골 마을(밀양)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달라 하니 비정규직을 내놓는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물었다,

청년세대의 인식을 드러낸 두 번째 글에서 주씨는 “88만원 세대라는 우리는 (부모님의) 맞벌이로 빈집을 지키고, 자살하는 적잖은 학생들에 대해 침묵하길, 무관심하길 강요받았다”면서 “단 한 번이라도 그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목소리내길 종용받지도 허락받지도 않았기에, 그렇게 살아도 별 탈 없으리라 믿어온 것 뿐”이라고 적었다.

이어 “저는 다만 묻고 싶다. 안녕하시냐,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울분을 토하듯 글을 마무리했다.

주씨의 대자보에 반응한 몇몇 학생들은 ‘안녕하지 못합니다. 불안합니다’, ‘저 역시 안녕하지 못합니다’, ‘진심 안녕할 수가 없다!’ 등의 대자보를 써서 붙이고 있다. 고려대 정경대학교 후문에는 벌서 20장의 대자보가 붙었다. 짧은 메시지를 남기는 학생들도 있었다.

익명의 한 학생은 “안녕 못합니다. 그렇다고 나갈 용기도 없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함부로 나섰다가 기득권 눈 밖에라도 나면 취직도 못 하고 목숨 줄이 그들에게 있으니 어찌 대항하겠습니까. 용기없는 자라 죄송합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라고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주씨의 대자보를 찍은 사진은 페이스북에서 1000회 이상 공유되며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그런데 네티즌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자보의 내용에 동의하는 네티즌들은 “속이 다 시원하다”, “기성세대로써 미안할 뿐이다”, “이런 대학생이 있기에 아직 희망은 있다”, “민족 고대답다” 등의 댓글을 달며 응원했다.

반면 글 전체에 비약이 심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국철도노조가 9일부터 파업한 이유 면면을 들여다보면 ‘민영화 반대’ 보다는 ‘임금인상’ 등 잇속 챙기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 등 정부기관은 “철도 민영화의 가능성은 단 0.1%도 없다”고 단언한 상태기도 하다.

이러한 시각을 가진 네티즌들은 “고대 대자보에는 선동만 있고 자세한 팩트는 없다”, “대2병 걸렸네”, “요즘에도 정신 못 차린 병X이 남았다니”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대자보 전문

안녕들 하십니까?

1. 어제 불과 하루만의 파업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다른 요구도 아닌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이유만으로 4,213명이 직위해제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던 그 민영화에 반대했다는 구실로 징계라니. 과거 전태일 청년이 스스로 몸에 불을 놓아 치켜들었던 ‘노동법’에도 “파업권”이 없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와 자본에 저항한 파업은 모두 불법이라 규정되니까요. 수차례 불거진 부정선거의혹,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대통령의 탄핵소추권을 가진 국회의 국회의원이 ‘사퇴하라’고 말 한 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입니다.

시골 마을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진의 ‘먹튀’에 저항한 죄로 해고노동자에게 수십억의 벌금과 징역이 떨어지고, 안정된 일자리를 달라하니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비정규직을 내놓은 하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

2. 88만원 세대라 일컬어지는 우리들을 두고 세상은 가난도 모르고 자란 풍족한 세대, 정치도 경제도 세상물정도 모르는 세대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1997~98년도 IMF 이후 영문도 모른 채 맞벌이로 빈 집을 지키고, 매 수능을 전후하여 자살하는 적잖은 학생들에 대해 침묵하길, 무관심하길 강요받은 것이 우리 세대 아니었나요? 우리는 정치와 경제에 무관심한 것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단 한 번이라도 그것들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목소리내길 종용받지도 허락받지도 않았기에, 그렇게 살아도 별 탈 없으리라 믿어온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조차 없게 됐습니다. 앞서 말한 그 세상이 내가 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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