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 700억 규모 터키수출 불발, 그 후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으로 말미암아 제약사들은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 낮은 약가는 채산성에 맞지 않고 이로 인해 수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의 불합리한 약가정책이 오히려 제약사들에는 역차별이 되고 있다.”
최태홍 보령제약 사장이 지난 12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제약사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최 사장은 “터키 7000만불 수출계약이 수익성으로 문제로 인해 결렬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보령제약은 터키 수출계약이 불발된 아픈 기억이 있다.
최태홍 보령제약 사장 뿐 아니라 최근 제약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모두 “정부의 뜬구름 잡는 제약산업 정책으로 인해 힘들다”고 토로한다.
정부와 제약현장의 상황은 참으로 ‘격세지감’ 수준이다. 제약업계가 어려움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하고 있을 때, 박근혜 정부는 국내 제약산업을 키워 세계 10대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에 따라 5년간 10조원을 투자해 국내 제약산업을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R&D 확대를 통한 개방형 혁신, 전략적 수출지원 등의 5대 핵심과제를 집중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등으로 국내 제약산업은 글로벌 제약강국 도약은커녕, 매출 부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오늘’ 보령제약에 희소식이 왔다. 9일 보령제약은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13개국, 브라질, 러시아에 이어 중국 글로리아(Gloria)社와 고혈압신약 ‘카나브’ 단일제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문정림 의원은 축사를 통해 최태홍 사장의 고충을 이해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문 의원은 “약가인하, 사용량-약가 연동제 등의 정책 여건 속에서 R&D 투자에 매진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며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개발한 신약의 약가가 낮게 조정된다면 해외 수출시 가격협상력을 잃게 되는 어려움이 있다. 혁신적인 약을 개발해도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면 신약개발 의지는 꺾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회 차원에서도 정부와 정책대안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을 보면 제약산업을 위한 것인지, 정부의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투자하겠다고 하는 10조원의 제약산업 투자금액은 결국 기업 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을 통해 지출하게 된다. 정부는 누구의 돈으로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펴는지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규제의 역설’이란 경제학 용어가 새삼 떠오른다. 좋은 목적을 가지고 규제를 했지만 결국 상황이 더 나빠지거나 엉뚱하게 흐르는 것을 말한다. 새로운 성장을 위해 투자하고 노력하는 이들에게 목줄을 죄는 것이 결국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국민과 환자를 보호하고 있는 것일지, 오히려
불이익을 주고 있는 건일지는 입장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보여주기’식 정책에만 그친다면 결국 누구의 마음도 얻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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