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집중분석] 일부 한국 여성들을 비판한 내용의 가사를 담은 ‘그런남자’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곡으로 데뷔한 신인가수 ‘브로(bro)’는 자신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회원임을 스스로 밝혔다.
브로는 지난 18일 일베 게시판에 ‘아, 내가 데뷔한다’라는 제목으로 “일베충임을 숨기지 않고 가수로 데뷔한다. 나의 데뷔는 전국구 일밍 아웃(자신이 일베 회원임을 밝히는 일을 뜻함)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직접 글을 올렸다.
이어 “이 노래를 상품이랍시고 내놓을 염치는 없다. 나와 함께하는 일게이(일베 회원)들에게 잠시나마 웃고 가라고 주는 선물”이라며 “일베는 애초에 히키코모리, 싸이코, 병X들이 모여 서로를 사이좋게 비웃으며 정신승리하거나 김치X들 까는(비난하는) 게 와닿지 않았냐. 협박을 받더라도 끝까지 일베 회원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남자는 “왕자님을 원한다면 사우디로 가세요, 일부다처제인건 함정” “네 가슴에 에어백을 달아도, 눈 밑에다 애벌레를 키워 보아도, 숨길 수 없는 단 하나의 진실, 너는 공격적인 얼굴이야” “총을 맞았니.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너도 양심이 있을 것 아니냐” 등 과격한 가사로 여성들을 비꼬고 있다.
이처럼 한국 여성에 대한 노골적인 비하는 일베의 핵심 코드 중 하나다. 일베 게시판에서 ‘김치녀’ 혹은 ‘김치X’이라는 검색어를 넣어보기만 하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나마 김치녀는 점잖은 단어다. 최근 일베에서는 여성을 지칭할 때 대놓고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단어, ‘XX’라고 적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검색된 결과를 보면 ‘김치녀들 희한한 논리’ ‘XX 파는 X들이 돈을 모으지 못하는 이유’ ‘모대학 김치X의 비자금’ ‘XX들의 착각’ ‘페북에 허세김치X’ 등으로 제목부터 여성에 대한 비하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내용은 타 커뮤니티에 인기글로 오르거나 기사화된 일부 여성들의 잘못된 말과 행동 등을 전체로 싸잡아 비난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지하철에서 결혼을 신분 상승의 도구로 생각하는 두 여성의 대화를 엿들은 후 일베 게시판에 내용을 올리고 함께 비난해달라는 식이다. 특히 해외 유학을 다녀왔다거나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일베의 주요 표적이다. 이 같은 글엔 ‘여자는 3일에 한 번씩 때려야 한다’는 뜻을 가진 ‘삼일한’이란 일베 용어가 꼭 등장했다.
일베는 과거부터 여성 연예인과 일반 여성들은 물론, 어린 여자아이, 여자축구선수, 위안부 할머니를 비하했다. 직업과 노소를 가지 않는 셈인데 초등학생 여자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표현하는 ‘로린이’란 일베 용어를 썼다가 끝내 임용에서 탈락한 예비 초등교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고등학생 나이로 보이는 여성들의 신체 사진도 일베 손가락 인증과 함께 종종 올라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길 반복하고 있다.
일베 회원들은 성적 단어를 자신의 닉네임에 포함해 사용하기도 한다. ‘XX박사님’ ‘한명숙 XX조림’ ‘리설주XXX’ ‘XXX스파게티’, 노무현XXXX’ 등 차마 기사화하기 곤란할 수위를 자랑한다. 일부는 명예훼손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일베 운영진 측에서 자체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지만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표현들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일베는 선정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성혐오 성향을 드러내고 있어 단 하루만 게시물을 살펴봐도 정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청소년이 성인인증 없이 접속할 수 있는 사이트라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베의 여성혐오 성향이 포털 등 다른 인터넷 공간으로 퍼지고 있는 점이다. 여기에 일베 회원임을 당당히 밝히며 활동하려는 신인 가수까지 등장해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