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화학상이 초고해상도 형광현미경 기술을 개발한 미국 과학자 2명과 독일 과학자 1명에게 수여된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8일 화학상 수상자로 미국 에릭 베칙 박사와 스탠퍼드대 윌리엄 E. 뫼너 교수, 독일 막스플랑크 생물물리화학연구소 슈테판 W. 헬 박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형광분자를 이용해 광학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었던 나노미터(㎚=10억분의 1m)의 세계까지 관찰할 수 있게 한 ‘나노스코피(nanoscopy)’ 기술을 개발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획기적인 업적이 광학현미경을 나노 차원으로 이끌었다며, 이 기술을 통해 과학자들은 살아있는 생물 내 개별 세포의 움직임까지 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노벨화학상 후보에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 내 유룡(사진) 기초과학연구원 단장(KAIST 화학과 교수)이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올라 화제를 모았다.
유 단장이 몸담은 분야는 ‘기능성 메조나노다공성 탄소물질’ 및 ‘제올라이트’이다.
그는 2∼50나노미터 크기의 메조 나노 구멍으로 이뤄진 나노다공성물질을 거푸집으로 이용해 나노구조의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1999년 이를 이용해 만든 탄소나노벌집은 KAIST에서 만든 탄소 나노구조물이라는 뜻의 ‘CMK’라는 고유 명사로 통용되고 있다.
이어 2006년 이 기술을 제올라이트에 적용, 메조 나노 구멍과 지름 2나노미터 이하의 나노 구멍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벌집모양의 제올라이트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제올라이트는 무수히 많은 초미세한 구멍 구조를 가진 일종의 광물이다. 지름 1나노미터 크기의 구멍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이용해 산업 현장에서 흡착제나 촉매제 등으로 쓰거나 의학 분야에서 주사 매개체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동안 1나노미터보다 큰 분자는 구멍에 들어갈 수 없다는 문제 때문에 세계 많은 과학자가 더 큰 크기의 구멍을 배열한 제올라이트를 합성하기 위해 연구해왔다.
유 단장의 이런 연구결과는 ‘네이처’와 ‘네이처 머티리얼스’ 등 관련 분야 최고 학술지에 잇따라 등재된 데 이어, 2011년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과학성과에 선정되기도 했다.
기능성 메조다공성 물질의 설계에 관한 유 단장의 연구 성과는 현재까지 인용횟수가 2만회를 넘어섰으며, 특히 고인용 논문(피인용 횟수가 상위 1%인 논문) 수 만해도 12편에 달한다.
유 단장은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07년 국가과학자에 선정된 데 이어 2010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제올라이트 분야 노벨상이라 불리는 ‘브렉상’을 수상했다.
유 단장이 연구해온 메조 나노 다공성 물질 분야는 앞으로 나노 반도체 물질을 개발하는데 근간이 되는 신소재로, 최근 과학자들의 집중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영국왕립학회 저널을 비롯해 사이언스 등 해외 유수 저널에서 나노물질을 미래 유망 분야로 손꼽는 만큼, 올해가 아니어도 언젠가는 수상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치는 이유이다.
올해 노벨상은 지금까지 생리의학상(6일), 물리학상(7일), 화학상(8일) 수상자가 발표됐다. 문학상과 평화상 수상자는 각각 9일과 10일, 경제학상 수상자는 13일 발표될 예정이다.
각 분야의 수상자들에게는 800만 크로네(약 110만 달러)의 상금이 수상 업적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나눠 수여된다. 시상식은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