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 발광다이오드(LED) 개발로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하게 된 일본인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60·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평범한 시골 회사원이 세계 최고의 과학자까지 올라선 영화와도 같은 인생 역정의 주인공이다.
8일 일본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그는 1979년에 도쿠시마(德島)현에 있는 ‘니치아(日亞) 화학공업’에 연구원으로 입사, 1993년에 청색 LED 실용화에 성공했다.
TV 브라운관 등에 쓰이는 형광체를 제조하는 니치아 화학공업은 당시 직원 200명 정도의 회사였다.
나카무라 교수의 연구 열정은 넘쳤지만 조건은 열악했다. 필기구 하나를 살 때도 상사의 결재를 받아야 했을 정도로 연구비 지원은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에 몰두했지만 개발한 제품의 판매 실적은 부진했다.
주변 동료들의 시선은 차가웠고, 상사들은 ‘아직도 회사를 다니고 있느냐’며 조롱하기도 했다.
그는 도중에 회사가 연구를 그만하라고 명령했을 때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결국 30대(39세)에 청색 LED 개발의 위업을 달성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1999년 회사 연구소가 설립되면서 소장으로 임명됐으나 회사를 그만뒀다. 이유는 연구소장이 돼 연구 본연의 일보다는 부하 연구원들이 올리는 서류에 결재 도장을 찍는 일을 하게 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는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니치아 화학공업을 퇴사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교수가 됐다.
이후 나카무라 교수는 니치아공업을 상대로 200억 엔의 ‘발명 대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도쿄지방법원은 2004년 청색 LED 발명 가치를 약 600억 엔으로 산정, 회사 측에 나카무라 교수가 청구한 금액을 전부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이 소송은 그 후 회사 측의 항소를 거쳐 회사 측이 8억4000만 엔을 지급하는 것으로 화해가 성립됐다.
그의 노벨상 수상에 조국 일본은 대형 건물 등 곳곳에서 청색 LED를 켜는 등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일본의 연구 풍토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7일(현지시간) 소속 학교인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는 누구나 꿈을 꿀 수 있지만 일본에는 진정한 자유가 없다”고 말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전 직장인 니치아 화학공업에 대해 말하면서 “상사들이 나를 볼 때마다 퇴사를 거론하며 조롱했고 나는 분노에 떨었다”며 그 ‘분노’가 연구 성과의 원동력이었다고 소개했다.
다만 그는 자신이 회사 재직 중 청색 LED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미국 유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오가와 노부오(小川信雄, 2002년 사망) 니치아 화학공업 창업자에 대해서는 “가장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