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일개 국·과장 두고 ‘나쁜 사람들’”…‘유진룡 폭탄’ 가세한 ‘정윤회 정국’

“대통령이 일개 국·과장 두고 ‘나쁜 사람들’”…‘유진룡 폭탄’ 가세한 ‘정윤회 정국’

기사승인 2014-12-05 17:11:55
국민일보DB

5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유진룡(사진 앞) 전 문체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문체부 인사에 개입했다고 공개한 언론 인터뷰를 놓고 여야의 공방이 이어졌다. 일개 국·과장 인사에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의 배경에는 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정윤회씨가 맞물려 있다.

새누리당은 의혹 공세에 불과하다며 적극적인 방어막을 쳤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의혹에 대해선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반발했다.

지난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씨의 승마협회 개입 의혹을 처음 제기한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불과 3,4개월 만에 국무회의에서 체육단체장들의 장기 재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발언했다”라며 “이는 정씨 측근이 작성한 승마협회 살생부와 똑같은 취지”라며 정씨의 비선 실세설을 거듭 주장했다.

안 의원은 또 이재만 청와대 비서관이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을 통해 문체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유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유 전 장관이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퍼즐이 다 끼워맞춰졌다”며 “하늘 아래 비밀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당사자로 지목된 김 차관을 상대로 사실여부를 추궁했다.

그는 이와 함께 자신이 처음 의혹을 제기할 당시 “김 차관이 이례적으로 앞장서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상임위에서 앞장서 반박한 김희정 당시 새누리당 간사는 여성부 장관이 됐다”며 “문체부 차관과 여당의원들 사이에 사전 협의가 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고 어떻게 저런일이 생기느냐”고 주장해 거센 반발을 샀다.

안 의원은 유 전 장관 발언과 관련해 교문위 차원의 청문회도 요구했다.

같은당 유기홍 의원은 “인사 조치된 전 국장과 과장이 오늘 회의에는 참석하겠다더니 유 전 장관 발언이 있자마자 다시 행방불명 됐다”며 “이들 문제에 대해선 감찰이 필요하고 엄중한 조치를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또 “정윤회씨 딸이 말타는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단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라며 “김종덕 장관이 부인했던 사실을 유 전 장관이 사실로 인정했다. 지난해 8월 박 대통령이 유 전 장관을 집무실로 불러 수첩을 보면서 인사를 지시했다는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교문위원들이 문체부와 사전 교감을 통해 정씨 문제를 조직적으로 옹호했다는 안 의원 발언에 대해 명예훼손이라며 사과까지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은 “마치 문체부와 여당 의원이 모두 작당하거나 조작해 집단적으로 진실을 뭉개려했다는 것은 여당 의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면서 “밝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다. 유 전 장관의 발언이 진실인지 아닌지 아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지난 4월 교문위 회의에서 관련 발언을 한 이에리사 의원도 “문제의 정 선수가 얼마나 훌륭한 선수인지 보라. 굉장히 우수한 선수”라며 그간 성적증명서 등을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누가 시켜서 짜고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라면 체육인으로서 굉장히 사과받고 싶은 모욕적 발언”이라며 안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염동열 의원 역시 “안 의원의 의문에 대해 공감한 부분이 있지만 선수를 보호하는 측면에서 발언한 것”이라며 “그런 것을 조직적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해야한다.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훈 의원은 “여당 의원이 사실을 호도하기 위해 발언을 했다는 발언은 정도가 지나치다”며 “아연실색하겠는 것은 김희정 의원이 그렇게 발언해 장관으로 갔는지 모르겠다는 것은 너무하다. 심각한 문제고 안 의원이 분명히 유감을 표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종덕 장관은 추궁이 이어지자 “지난해 7월 체육계에서 여러 잡음이 일어나 국무회의에서 전임 유 전 장관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며 “그리고 한 달이 지나 해당 국·과장의 인사조치가 있었는데 저라도 그랬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인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종 차관은 유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제가 모시던 존경하는 유 전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발언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고 명예훼손이 있으면 추후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3일 한겨레신문은 지난해 8월 박 대통령이 (승마협회 조사를 맡은) 문체부 국장과 과장의 좌천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정씨가 승마대회에서 선수인 딸의 성적에 불만을 품고 승마협회에 조치를 요구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문체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앞선 야당의 주장이 있었고, 결국 정씨의 국정 개입에 대한 ‘결정적 증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 등은 줄곧 부인했다. 그러나 해당 국·과장 인사 장관이었던 유 전 장관이 5일 조선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당시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공직자 이름을 거명하며 인사 조치를 지시했다”해 다시 한 번 ‘폭탄’이 터졌다.

여기에 따르면 유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문체부 국장과 과장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이날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1일 유 장관 대면 보고 때 보다 적극적으로 체육계 적폐 해소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이에 따라 유 장관이 일할 수 있는 적임자로 인사 조치를 한 것”이라며 “지난해 7월 23일 국무회의에서 유 전 장관이 체육단체 운영 비리와 개선 방안에 대해 보고했지만 당시 보고서의 내용이 부실했고 체육계 비리 척결에도 진척이 없어 적폐 해소 과정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됐다. 이후 박 대통령은 민정수석실로부터 그 원인이 담당 간부 공무원들의 소극적이고 안일한 대처에 따른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문체부 우상일 체육국장이 김종 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고 써서 메모를 전달하는 장면이 일부 사진 기자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현섭 기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