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무슨 일이 있긴 있었나 보다.
프로야구 ‘푸른 피의 에이스’에서 ‘독수리’로 변신하게 된 배영수(34)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협상과정에서 상처”를 수 차례 언급하며 심경을 전했다.
배영수는 5일 대구CBS ‘라디오 세상읽기’와의 인터뷰에서 한화 이글스로 이적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에 대해 “일단 언론에서 나온 것처럼 선발투수 보장을 원했던 적은 없었다. 프로 선수는 당연히 경쟁을 해야 한다”며 “협상과정에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수치심과 자괴감을 많이 느껴 솔직히 마음이 떠났다”고 밝혔다.
배영수는 상처를 받게 된 사건을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이미 일부 매체에서는 구단 직원의 실수이긴 했지만 배영수가 1시간 동안 우두커니 기다려야 했다고 보도했다. 이러면서 함께 ‘삼성 왕조’를 이끌어 온 윤성환(34·4년 총액 80억원)과 안지만(32·4년 총액 65억원)의 ‘대박 계약’을 지켜봐야 했다.
배영수는 대구 팬들이 지역 신문에 삼성 잔류를 원하는 광고까지 낸 것에 대해 “(광고를 보고) 다시 돌아갈까 몇 번 마음을 먹었지만 협상과정에서 너무 상처를 받았다”며 “제가 프로에서 버틸 수 있었던게 고집과 자존심이었는데 한 순간에 무너졌다. 안되겠다 싶었다. 하루에 2시간씩 자면서 생각을 많이 했는데 좀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 구단과 팬들이 너무 과분한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 제가 할 수 있는게 말로만 감사하다고 하는 거라 답답하다”며 “언젠가 한 번 찾아뵙고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삼성이 싫어서 떠나는 게 아니라 협상과정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0년 입단한 배영수는 삼성에서만 15년을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하지만 원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에 삼성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야신’ 김성근 감독의 부름을 받고 3년 총액 21억5000만원을 받고 한화 이글스와 도장을 찍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