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이 ‘7성급 호텔’까지 날리게 생겼다. 대한항공의 숙원사업인 경복궁 옆 7성급 특급호텔 건립사업이 조현아 부사장의 일명 ‘땅콩 리턴’ 사건으로 제대로 된 암초에 부딪혔다.
이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옛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사진) 3만7000㎡에 7성급 특급호텔을 포함해 한옥 영빈관, 갤러리 등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조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협조를 요청할 정도로 대한항공의 염원 사업이다. 대한항공은 2008년에 부지 매입에만 약 2900억원을 투입했다.
정부는 ‘재벌 특혜’ 시비 논란 속에서도 관련 법 개정까지 추진해 대한항공을 지원했다. 하지만 조 부사장의 ‘슈퍼 갑질’에 대중의 공분이 극에 달하면서 정부도 대한항공을 도와줄 명분을 잃어버리게 됐다. 더구나 이 호텔 신축 프로젝트의 총괄이 조 부사장이다.
그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 보직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그랜드하얏트호텔 등을 운영하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자리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한항공 경복궁 옆 호텔의 걸림돌은 학교반경 200m 내에는 관광호텔을 신·증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현행 관광진흥법이고,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학교 주변에도 관광호텔을 세울 수 있게 하는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가라오케 등 청소년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은 설립 허가를 받을 때 학교정화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관광진흥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요구했지만 야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의 시민단체는 “교육환경을 지키는 최소한의 보호막마저 없어져서는 안 된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송현동 호텔 건립 예정지는 풍문여고, 덕성여중·고 등 3개 학교와 인접해 있다.
대한항공은 2010년 3월 종로구에 특급호텔을 비롯한 다목적 공연장, 갤러리 등의 복합문화공간 조성 계획을 신청했으나 중부교육청은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불허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행정소송을 냈지만 결국 패소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