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59)씨가 출두한 9일 아침 서울중앙지검 앞은 취재·사진·방송 카메라·외신 기자 등 200여명의 취재진이 북적였다.
문건에 나온 ‘국정 농단’ 의혹 자체도 묵직한데다 여러 구설에 오르내린 정씨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공식적으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특수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된 모습이었다.
이날 정씨의 출두 예정 시각은 오전 9시 30분~오전 10시로 알려졌지만 서울중앙지검 앞은 이미 오전 8시에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일부 기자들은 “공식적으로 동네 아저씨인데 취재진이 너무 많다”고 웃지 못할 농담을 하기도 했다.
9시 48분쯤 정씨가 탄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구형 에쿠스 차량이 정문으로 서서히 들어섰다. 일부 취재진은 “아니야, 아니야”라고 외쳤지만 차량 안에는 정씨를 포함해 운전기사, 이경재 변호사, 이경재 변호사 사무실 직원으로 보이는 정모씨(이 변호사가 ‘정 실장아!’라고 부름) 등 4명이 타고 있었다.
중년이지만 호리호리한 체격에 말끔한 인상인 운전기사는 사진을 찍으려 하자 내려서 “개인 차니까 찍지 말아달라”고 외쳤고 취재진이 질문을 하자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라고만 말했다.
담담한 표정으로 포토라인으로 걸어온 정씨는 ‘사건당사자로서 심경이 어떤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또 그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군지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정씨의 목소리는 3미터 정도 뒤에서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크지 않았다.
몇몇 카메라 기자들이 시야를 가리자 뒤에 있던 사진기자들이 화를 내기도 할 정도로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정씨는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다”라면서 청와대 인사와 접촉이나 통화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박 대통령과 (정권 출범 후) 연락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작은 목소리로 “없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2분도 지나지 않아 질의응답을 마치고 청사로 진입한 정씨는 취재진이 쫒아가면서 추가 질문을 했으나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그는 일반적으로 피의자, 민원인들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가 아닌 검찰 직원·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형사1부 조사실로 이동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