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건으로 이 회사 오너 3세들의 과거 행각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게 조원태 경영전략·영업부문 총괄 부사장의 ‘노인 폭행’ 사건이다.
조 전 부사장의 한 살 터울 동생인 조원태 경영전략·영업부문 총괄 부사장은 사건이 일어난 2005년 3월엔 20대(29세)의 젊은 나이에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기획부 부팀장을 맡고 있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그는 그해 3월 22일 오후 6시30분쯤 자신의 그랜저XG 승용차를 몰고 연세대학교 정문 앞을 지나던 중 태모 씨의 스타렉스 차량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었다.
태씨는 급브레이크는 밟았고 같이 타고 있던 태씨의 어머니 이모(당시 77세)씨도 크게 놀랐다. 태씨의 아내 김모씨는 앞 유리창이 깨질 정도로 머리를 세게 부딪쳤다. 차 안에는 태씨의 아기도 타고 있었다.
태씨는 조씨를 따라가며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조 부사장은 버스전용차로와 일반차로를 오가며 ‘지그재그’ 질주를 감행했다. 조 부사장은 교통정체 탓에 200여m 떨어진 이화여대 후문 앞에서 섰다.
차에서 내린 태씨는 조 부사장의 차 앞에 서서 내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조 부사장은 차 안에서 욕설을 했고, 태씨의 112신고로 20여분 뒤 경찰이 도착하자 차에서 내렸다.
이때 아기를 안은 채 차에서 내린 이씨가 조 부사장에게 다가가 “무슨 운전을 그렇게 하느냐”며 나무라자 조 부사장은 이씨의 가슴을 두 손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이씨는 아이를 안은 채 차도 한가운데로 넘어졌고, 이를 본 태씨는 격분해 조씨를 밀치는 등 몸싸움을 벌이다가 같이 경찰서로 연행됐다. 땅바닥에 뒷머리를 강하게 부딪친 이씨는 인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조 부사장을 폭력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조 부사장은 경찰조사에서 혈중알코올은 검출되지 않았다.
당시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부팀장이 전적으로 잘못한 것으로 일부 언론에는 보도됐지만 사실과 다르다. 태씨의 노모가 먼저 조 부팀장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불미스런 일을 저지른 때가 대한항공의 중요 사업 시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도 이번 사건과 닮았다.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으로 숙원 사업인 ‘경복궁 옆 7성급 호텔’ 건립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관광진흥법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한 이 프로젝트는 국민적 분노가 치솟으며 더 이상 국회의 도움을 바랄 명분을 잃어버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부사장이 노인을 폭행하고 이틀 뒤인 2005년 3월 24일엔 공교롭게도 인천 하얏트 리젠시호텔에서 대한항공의 새로운 유니폼 발표회와 함께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기자간담회가 예정돼 있었다.
이 자리에서 새로운 유니폼 교체와 저가운항 정책이 발표됐지만 인터넷에는 “아들 관리나 잘해라”라는 등 냉담한 반응이 이어졌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