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16년 차’라고 자신을 소개한 조종사 노동조합 조합원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회사의 현실을 제대로 못 본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아이디 ‘16년 차’를 쓰는 조합원은 지난 13일 노조 홈페이지에서 “최근 우리 주변에 벌어진 일들은 1997년부터 1999년 사이에 연속되는 비행 사고로 회사의 존폐가 위협받았을 때도 차마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라며 “현 회장님을 보면 안타깝고 측은지심을 느끼는 건 그 주위를 보좌하는 임원들로 인해 회사의 현실을 제대로 못 보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6년 간 회사를 다니면서 소위 ‘로열패밀리’나 최고경영층이 탑승을 했을 때 황당한 장면을 수차례 목격했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 덴 ‘인의 장막’으로 조 회장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임원들의 책임도 크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조 회장이나 최고경영층이 탑승할 예정이라고 하면 특별한 기장, 승무원으로 다 교체한다. 정비본부에서는 비행기 문에 페인트 벗겨진 곳을 붓으로 덧칠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청소 아주머니들은 구석구석 미친 듯이 청소를 한다.
이 조합원은 “과거 제주에서 김포로 모시고 왔을 때 해당 편 임무 후 해당 객실들과 같이 이동하는 동안에 사무장님에게 객실부서에서 수십 차례 전화가 와서 오시는 동안에 음료수는 무엇을 드셨냐?
어찌 하시면서 오셨나? 별 시시콜콜한 것까지 전화 걸어 정보 수집을 하는 걸 보고 참 한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한 때 현 회장님의 별명을 조대리라고 불렀다. 회장님이시면 회장님답게 큰 그림만 보시고, 작은 일에 대해서는 눈감아주는 아량이 있으셔야 아래 사람들이 일하기가 편한데 너무 전문가이시다보니 시시콜콜 다 지적한다”며 “그런 지적을 안 받으려는 회사 임원들은 미리 미리 회장님의 눈과 귀를 가려 왔던 것 또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회장님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임원들부터 경고 주시고, 비행 다니실 때 항상 미리 승무원 교체되고 청소도 특별하게 받는 그런 편수로 비행하시지 말고 평소 그대로의 서비스를 받아보셨으면 한다”며 “후계경영을 꿈꾸는 조원태, 조현민 두 자제분들에게도 EY CLASS(일반석)도 탑승해보고 경험을 해보라고. 그래야 EY CLASS 서비스에는 무슨 문제가 있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실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평소의 우리 모습을 잘 보아주시고 문제점을 개선해 이번 위기가 다시 도약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