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국토부)가 조현아(사진)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건 당시 항공기에서 내렸던 대한항공 박창진 사무장을 조사할 때 회사 측 임원을 상당 시간 동석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임원이 (박 사무장과) 같이 오긴 했지만 조사할 땐 빠졌다”고 밝힌 바 있다. 만일 동석이 사실로 드러나면 조사당국이 국민을 상대로 태연히 거짓말을 한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참여연대는 박 사무장이 8일 국토부에서 조사를 받을 때 대한항공 여모 상무가 배석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16일 전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토부가 (브리핑에서) 언론을 앞에 두고 완전히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박 사무장뿐만 아니라 검찰을 통해서도 확인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무장은 여 상무와 같이 조사를 받은 시간은 20분 정도이며, 이후 여 상무를 나가라고 한 뒤 30분 정도 박 사무장을 더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 때도 밖에서는 여 상무가 기다리고 있었으며, 이후엔 박 사무장을 나가라고 한 뒤 여 상무를 불러 대화를 나눴다. 또 국토부 조사실은 방음이 잘 안 돼 안에서 얘기하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였다. 박 사무장이 압박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안 처장은 “조사를 받으러 국토부에 올 때 임원과 박 사무장을 같이 오게 한 것부터가 잘못됐다”며 “같이 오면서 임원이 박 사무장에게 과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겠느냐. 올 때부터 이미 박 사무장이 진실을 말할 수 없는 분위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조사가 허술했다는 비판은 ‘땅콩 리턴’ 사건이 벌어진 이후 줄곧 이어지고 있다.
박 사무장은 국토부 조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폭언·폭행 등은 없었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검찰 조사에서는 욕설을 듣고 폭행까지 당했으며 회사 측으로부터 거짓진술을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부실조사 시비가 일자 박 사무장을 상대로 15일 보강조사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박 사무장은 응하지 않았다. 박 사무장은 국토부, 언론 등을 통해 ‘연락 두절’ ‘잠적’ ‘실종’ 등 갖가지 표현이 나오고 있지만 항의 차원에서 국토부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이번 사건 조사단 6명 가운데 대한항공 출신 항공안전감독관 2명을 포함해 공정성 시비도 자초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