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건 이후 인터넷 각종 게시판에는 대한항공의 이름을 ‘한진항공’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 사건이 CNN 등 전 세계가 지켜보는 유력 외신에도 널리 보도돼 대한항공이 나라 망신을 톡톡히시켰으므로 대내적으로 ‘대한’, 대외적으로 ‘Korean’이란 이름을 쓸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출처가 명확하진 않지만 정부가 이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과연 ‘대한’을 떼어낸 대한항공의 사명 변경이 가능할까.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주장의 명분은 그럴 듯하지만 가능성은 없다.
대한항공은 민간기업이다. 전신인 대한항공공사를 1969년 3월 한진그룹 창업주이자 조양호 현재 회장의 아버지인 당시 조중훈 회장이 박정희 대통령의 권유에 따라 인수하면서 민영 대한항공이 됐다.
정부 지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한항공은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지분 32.24%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은 조 회장이 15.49%, 조 전 부사장이 2.48%, 남동생 조원태 부사장이 2.48%, 여동생 조현민 전무가 2.47%를 각각 보유 중이다.
이 외에 정석인하학원, 사이버스카이, 일우재단, 정석물류학술재단,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이 최대주주이다.
정부가 민간 기업의 사명 변경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명 변경 논란에 대해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항공이 사명을 변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로지 회사 스스로 결정했을 경우다. 만일 이번 사건으로 사명을 바꿔야 할 정도로 ‘대한항공’ ‘Korean air’라는 브랜드가 회사의 미래에 철저한 악재가 된다는 내부 분석이 나온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 ‘Korean air’는 40년이 넘도록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닌 브랜드다. 수십 년에 걸쳐 세계적인 ‘파워’를 다져놓은 브랜드를 포기할 리가 없다.
일부 외신에서 ‘국영 항공사’로 소개된다 해도 그건 해당 매체가 잘못 확인한 것일 뿐 그게 대한항공의 사명을 바꿔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순 없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