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리턴’ 파문의 장본인 조현아 전 부사장은 17일 오후 1시 50분쯤 변호사로 보이는 남성과 함께 서울서부지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롱코트에 회색과 흰색이 섞인 목도리 등 국토교통부 조사 출석 당시와 거의 같은 옷차림이었다. 조 전 부사장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맹추위 속 ‘칼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취재진 앞으로 다가왔다.
고개를 숙인 바람에 얼굴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머리카락에 가려진 얼굴엔 두려운 듯한 표정으로 주변 눈치를 보는 장면도 가끔씩 포착됐다.
조 전 부사장은 처음엔 정해진 포토라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청사 측면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를 하기도 했다. 취재진이 정면을 봐 달라고 소리를 치자 그때서야 제자리를 찾았다.
조 전 부사장은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는데 심경을 말해 달라’ ‘국민에 한마디 해 달라’, ‘사과가 왜 이리 늦었느냐’ 는 등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만 중얼거렸다. 입 모양으로 겨우 알 수 있을 정도로 소리가 작았다. 또 죄송하다는 말을 할 때 코 끝에 눈물 한 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는 ‘승무원 폭행을 인정하느냐’, ‘욕설을 했다거나 어깨를 밀쳤다는 것을 인정하느냐’ 등 다른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조 전 부사장이 청사로 들어가려 하자 일부 취재진은 ‘어떻게 한 마디도 안 하시느냐’고 항의하며 보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몇 분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한 취재진이 그냥 보내주자고 해 청사로 들어갔다.
과거 재벌 2세나 3세 자녀들이 검찰 수사를 받거나 처벌받은 전례는 더러 있었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공개 출석한 일은 극히 이례적인 만큼, 서울서부지검 앞에는 일찍부터 200여명에 달하는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조 전 부사장이 청사 안으로 들어가면서 그를 따라가려는 이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부 취재진이 넘어지는 등 한때 큰 소란이 일었다.
검찰은 이날 ‘땅콩 리턴’ 사건과 관련해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지난 5일(미국 현지시간) 대한항공 KE086 여객기 일등석에서 벌어진 상황과 램프리턴(탑승게이트로 항공기를 되돌리는 일)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