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살면서 미안해 해 본 적이 없는 듯”…전문가가 본 ‘조현아, 그녀가 사과하는 법’

[친절한 쿡기자] “살면서 미안해 해 본 적이 없는 듯”…전문가가 본 ‘조현아, 그녀가 사과하는 법’

기사승인 2014-12-19 13:14:55
김지훈 기자

‘박창진 사무장님. 직접 만나 사과드리려고 했는데 못 만나고 갑니다. 미안합니다. 조현아 올림.’

지난 17일 박창진 사무장이 방송에 출연해 공개한 대한항공 조현아(사진) 전 부사장의 ‘사과 쪽지’ 내용입니다. 곧장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성의가 없다고 느껴졌는지 “사과를 하면서도 ‘갑질’을 한다”는 등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18일 오후 오래 전부터 절친하게 지내 온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이재연 교수와 통화할 일이 있었습니다. 다른 얘기를 하다 문득 이 교수의 전공이 상담심리치료학이라는 게 생각이 나 조 부사장의 쪽지 사과 내용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이 교수는 아직 어떤 내용인지 모른다며 “보고 얘기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대중은 공분했습니다. 그럼 전문가의 눈엔 어떻게 보였을까요.

이 교수는 쪽지 내용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더니 “아…”하고 작은 탄식을 내뱉은 후 다소 놀라운 말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타인에게 진심으로 미안해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무슨 말이냐고 되물으니 미안함이라는 감정 전달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학습된 형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사과문의 첫 줄인 수신자에 ‘박창진 사무장님’이라고 써져 있다. 얼핏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지만 상대방을 존중할 때 사용하는 조사인 ‘에게’를 높여 부르는 ‘께’가 빠져있다”며 “이것은 ‘님’을 붙였다고 높인 것이 아니라 자신보다 낮은 직책을 부르는 무의식적 무시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말로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면 직접 만나 사과하려 했는데 못 만나고 간다는 한 마디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박 사무장의 기분을 의식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절주절 썼을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이 교수는 ‘미안합니다’라는 표현에서도 조 부사장의 마음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미안하다’와 ‘죄송하다’는 듣는 사람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미안하다’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쓰는 표현이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사과할 때는 ‘죄송하다’라고 하기 때문”이라며 “여기서 윗사람과 아랫사람은 나이와 직책일 수도 있지만 잘못을 저지른 사람과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으로 봤을 때는 조 부사장이 아랫사람이고 박 사무장이 윗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문에 ‘미안하다’라고 한 건 아직도 자신이 지위에서 윗사람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조 부사장이 미안함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했지만 만일 느끼고 있을 경우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마음의 형상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 시스템은 자라오면서 자신이 같은 상황에서 타인에게 ‘받은 대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의 영향을 받아 가족 구조 시스템이라고도 한다”며 “아마도 조 부사장이 성장하면서 누군가에게 사과를 받아야 했던 상황일 때, 이번에 자신이 박 사무장에게 한 것처럼 내려다보는 듯한 ‘권위적인 사과’를 받아왔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안함을 느껴도 자신이 반대 상황에서 받아 온 경험상 적절한 표현을 배우지 못했다는 겁니다.

물론 교수 1명의 분석입니다. 모든 전문가의 견해는 아닙니다. 다르게 보는 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현아, 그녀가 사과하는 법에 대한 대중의 쏟아지는 비난이 그저 군중심리에 쏠린 현상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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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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