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세히 기억 안 나지만 범행 인정, 학생들에 미안…껴안은 건 ‘미국식 인사’ 차원”
제자 상습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서울대 수리과학부 K 교수(53)가 2008년부터 지난 7월까지 여학생 9명을 총 11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상습 강제추행)로 22일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윤중기 부장검사)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최초 피해자로 알려진 타교 출신 인턴 A(24·여)씨와 더불어 대부분 서울대 학부생 또는 대학원생, 졸업생 등이었다. K 교수가 지도교수로 있는 힙합동아리 소속 학생도 있었다.
K 교수는 피해자들의 가슴이나 엉덩이를 만지거나, 깊숙이 껴안는 등의 방식으로 추행했다. 대부분은 학교 바깥에서 범행했지만 자신의 연구실에서도 1회 성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신체접촉 외에도 보고 싶다거나 일대일 만남을 요구하는 등 K 교수의 지속적인 문자메시지 등으로 괴롭힘을 당한 학생도 8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K 교수는 조사과정에서 모든 범행이 세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범행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학생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K 교수는 범죄 사실 중 학생을 껴안은 것에 대해 ‘미국식 인사’ 차원이었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 사례 수집 과정에서 접촉한 사람 중 추가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피해자가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사실 관계를 밝힌 뒤 공소장을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K 교수가 지난 7월 20대 여성 인턴을 추행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도 피해자라는 학생들이 연이어 나왔고, 피해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려 K 교수가 학생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는 등 진실 규명을 촉구해왔다.
검찰은 비대위와 학내 인터넷사이트 게시글 등을 통해 추가 피해자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지난 3일 K 교수를 상습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대 교무처는 이날 검찰 기소가 이뤄지자 K 교수를 직위해제 했다. 이어 서울대 인권센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징계위원회를 열고 검찰 기소 내용과 인권센터 조사를 병합해 K 교수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간다.
K 교수는 앞서 지난달 26일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그가 면직되면 파면과는 달리 퇴직금이나 연금 수령 등에 아무불이익이 없고 진상 조사가 중단된다는 점을 들어 학생들이 반발했고, 서울대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교내 인권센터를 통해 진상 조사를 했다.
비대위는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메일로 피해 신고를 계속 받아 추가조사를 돕겠다”며 “더 이상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학내 신고 시스템과 재발방지 대책을 학교 측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