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근수 부장검사)가 24일 대한항공 조현아(40·사진) 전 부사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미국 현지시간) 대한항공 KE086 일등석에서 견과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승무원과 사무장을 상대로 폭언·폭행을 하고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을 지시,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를 받고있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적용된 혐의는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 총 네 가지이다.
조 전 부사장은 그동안 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줄곧 부인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무릎을 꿇은 채 견과류 서비스 관련 매뉴얼을 찾던 승무원을 일으켜 세워 한 손으로 승무원의 어깨 한쪽을 탑승구 벽까지 밀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이를 본 사무장이 다가가 대신 사과하며 용서를 구하자 욕설을 하면서 서비스 매뉴얼 케이스의 모서리로 손등을 수차례 찌르는 등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검찰은 영장 청구서에 유력시 됐던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다”고 기재했다.
조 전 부사장이 증거인멸을 주도하거나 직접 지시한 정황이 충분히 소명되진 않았지만 국토부 조사 상황에 대한 전후 사정을 객실승무본부 여모(57) 상무로부터 문자메시지 등으로 보고 받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건 사실상 묵인한 정황이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한편 검찰은 사건 발생 직후 직원들에게 최초 상황 보고를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사건 은폐·축소를 주도한 혐의(증거인멸·강요)로 여 상무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여 상무는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박창진 사무장에게 ‘회사에 오래 못 다닐 것’이라는 취지로 협박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여 상무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 내용을 알려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받는 국토교통부 김모 조사관을 체포하고 김 조사관의 자택과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김 조사관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7일부터 14일까지 여 상무와 수십 차례 통화하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황이 확인됐다.
검찰은 삭제된 문자메시지와 통화내역을 복원하기 위해 김 조사관에 대한 통신자료 압수수색 영장(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도 발부받았다.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30일 오전 10시30분 서부지법에서 열린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