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조현민의 ‘변멍’, 조현민을 위한 ‘변명’

[친절한 쿡기자] 조현민의 ‘변멍’, 조현민을 위한 ‘변명’

기사승인 2014-12-31 14:04:04

조현아(40·구속)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31·사진)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 17일 언니에게 보낸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문자메시지 내용이 드러나자 31일 오전에 급히 사과했습니다. 조 전무가 트위터에 올린 사과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에 보도된 제 문자 내용 기사 때문에 정말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죄송한 마음입니다. 굳이 변멍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다 제 잘못이니까요. 치기어린 제 잘못이었습니다. 그날 밤에 나부터 반성하겠다는 이메일을 직원들한테 보낸 것도 그런 반성의 마음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부디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빕니다. 조현민 올림’

어떻습니까. 진정성이 느껴지십니까. 전 안 느껴집니다. 이유는 딱 하나로 충분합니다. ‘변멍’이라는 오타 때문입니다.

오타 여부는 해당 글의 ‘신뢰’와 관련이 있습니다. 작성 당시의 ‘성의’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사과문을 ‘어떻게 만회해야 하나’ ‘뜻이 잘 전달되려면 어떻게 써야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작성한다면 글을 몇 번씩 다시 읽어보고 다르게도 써 보는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게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이러다 보면 오타는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고 고치게 됩니다. 조 전무의 사과문은 최소한 이런 과정은 없었던 겁니다.

요즘 언론이 욕을 먹고 스스로 우스운 꼴이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일명 ‘검색어 기사’입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된 이슈를 우르르 달려들어 최초 기사에서 일부 문장만 조금씩 바꿔 올리는 거죠. 이런 기사들을 보면 오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제목에도 오타가 있을 때도 있습니다. 이유는 기자가 성의를 담지 않은 채 썼기 때문입니다. 일단 해당 검색어만 들어가게 해서 빨리 올리는 게 ‘장땡’이고, 그러다 보니 오타가 나오는 겁니다.

물론 이건 모두 ‘변멍’이라는 오타 하나를 기반으로 한 저의 추정입니다. 그래서 조 전무를 위한 ‘변명’도 해 볼까 합니다.

조 전무가 문자메시에 대한 첫 보도를 봤을 때 굉장히 당황했을 수 있습니다. 당시에 언니가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고 욱한 마음에 그런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현재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데, 그때와 지금은 분명히 생각이 다른데 보름이 가까이 지난 상황에서 갑자기 기사로 드러났으니 말입니다. 현재 품고 있는 마음까지 왜곡되고 오해를 받을까봐 겁이 났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중에게 사과의 뜻을 빨리 전달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을 수 있죠. 보도자료 등의 사무적 방식이 아니라 SNS를 통해 사과했다는 것에서도 이랬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다 해도 조 전무가 이건 명심했으면 합니다. 불미스런 일에 휘말려 있는 대기업의 고위직으로서, 장본인의 형제로서 대중과 소통을 원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대중은 완성된 사과문으로 조 전무를 바라보지 쓸 때의 상황까지 알아서 헤아려 주지 않습니다. 대중이 조 전무를 위해 그렇게 해줘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140자 남짓 되는 사과문 다시 한 번 읽어보는데 1분도 안 걸립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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