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가요계는 ‘섹시 전쟁’이 한창입니다. 걸스데이는 노골적으로 다리를 드러내고 춤추는 타이틀곡 ‘썸씽(Something)’으로 돌아왔습니다. 달샤벳은 아슬아슬하게 옆구리, 가슴라인, 배를 한 뼘만 노출한 ‘B.B.B’로 컴백했죠.
그룹 AOA는 ‘흔들려’에 이어 꽉 끼는 치마의 지퍼를 올려 허벅지를 노출하는 ‘짧은치마’로 오는 16일 전파를 탑니다. 레인보우는 ‘19금 노출’을 콘셉트로 성숙미를 어필하는 유닛 ‘레인보우 블랙’의 출격을 준비 중이랍니다. 이외에도 ‘섹시’를 앞세운 다양한 걸그룹이 대기 중이죠.
바야흐로 ‘섹시 콘셉트 붐’입니다. 깜찍 발랄하던 그들이 느닷없이 변신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바닥을 쓸고, 다리를 벌리거나 단체로 엉덩이를 흔드는 걸그룹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야동’이 따로 없습니다.
걸그룹에 속한 그들은 20세 남짓입니다. 심지어 미성년자도 있습니다. 지난해 개정된 ‘아동·청소년보호법’이 민망할 지경입니다. 왜 그들은 무대에서 옷을 벗고 다리를 쓸어 올리게 됐을까요?
걸스데이를 보면 답은 나옵니다. 요즘 ‘대세’라는 걸스데이는 알고 보면 5년차 가수입니다. ‘반짝반짝’ ‘나를 잊지마요’를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생소할 겁니다. 걸스데이가 들고 나왔던 타이틀곡 이름들입니다. 그러나 깜찍 발랄하기만 했던 이 곡들은 대중들에게 각인을 남기기 힘들었습니다.
숱한 귀여운 콘셉트의 타이틀곡을 들고 나왔지만 인기가 바닥이던 걸스데이는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섹시 콘셉트를 선택하게 됩니다. 성과는 놀라왔습니다. 걸스데이는 팔랑팔랑한 레이스와 귀여운 리본을 떼 낸 후 배를 드러내고 가슴을 어루만지는 ‘기대해’로 출격해 인지도를 대폭 상승시켰습니다. 지난해 7월 후속곡 ‘여자대통령’은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차지했죠. 걸스데이의 첫 지상파 음악방송 1위였습니다.
기세를 타고 2000년 8월을 강타했던 박지윤의 ‘성인식’과 분위기가 비슷한 ‘썸씽’으로 컴백한 걸스데이는 11일 방송된 MBC ‘음악중심’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컴백 1주 만이죠. 깜찍함으로 2년 넘게 활동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던 걸스데이는 ‘섹시’ 하나로 컴백하자마자 1위를 거머쥐는 ‘대세 걸그룹’이 된 겁니다.
데뷔 5년차 레인보우, 3년차 달샤벳, 2년차 AOA. 연차에 비해 아직 이렇다 할 팬덤이나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이들에게 섹시 콘셉트는 어찌 보면 절박한 선택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뜻 보면 돌파구로만 보이는 섹시 콘셉트에는 단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한 번 섹시함을 선택한 걸그룹의 남은 승부수는 노출뿐입니다. 한 뼘을 벗으면 다음에는 두 뼘을 벗어야 하죠. 마지막 하나까지 다 벗고 난 걸그룹은 어디로 갈 수 있을까요. 출구 없는 경쟁입니다.
서울에 사는 박현지(32·여)씨는 11일 새벽 2시 급히 택시를 타고 경기도 의정부시로 향했습니다. 부모님이 위험한 심야에 외출한다고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죠. 며칠 동안 벼른 최신 LTE 스마트폰을 싸게 판다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긴급공지가 박씨의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래도 휴대전화 판매점에 먼저 온 구매자들이 200m 넘게 줄을 서 있는 바람에 박씨는 새벽 4시가 다 돼서야 가입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한숨도 못 자고 곧바로 출근길에 나선 박씨는 싼값에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됐다고 안도하면서도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스마트폰 구매 소동은 10일 밤부터 시작됐습니다. 네티즌 사이에서 ‘2·11’ 대란으로 불릴 정도로 11일 새벽 가격은 충격에 가까웠죠. 번호이동 조건으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3(106만7000원), 애플 아이폰 5S(81만4000원)가 10만원 이하로 떨어졌고 LG전자 G2(99만9900원)는 공짜에 팔려나갔습니다. 출고가보다 보조금이 더 많아 구매하면 오히려 현금을 받는 ‘마이너스 폰’도 등장했습니다.
‘긴급 판매’ ‘야간 스팟(Spot)’ 등 자극적인 문구를 내건 전국 휴대전화 판매점들은 새벽에 몰려든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이동통신사들과 제조사들의 불법 보조금을 등에 업은 판매점들은 야밤에 곧바로 현금을 받는 ‘현금완납’, 일단 출고가를 받은 후 다음달 차액을 계좌로 입금해주는 ‘페이백(Pay back)’으로 스마트폰을 팔았습니다. 휴대전화 가격은 동영상과 자동응답시스템(ARS), 재고 대수 문자 등으로 신출귀몰하게 퍼졌습니다. 가령 할부원금을 클릭하면 동영상이 나오는데 이를 클릭하면 ‘소치 동계올림픽 입장권은 무료입니다’라며 공짜폰을 알리는 음성이 나오고 화면에 ‘재고 10대’라고 쓰여 있으면 10만원이라는 식입니다.
이통사들이 방송통신위원회 보조금 가이드라인인 27만원을 비웃으며 평일과 주말, 낮밤을 가리지 않고 단속 사각지대를 찾아 수백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수시로 뿌리는 이유는 가입자 수에 따른 시장 점유율 때문입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5대 3대 2로 시장을 나눠먹고 있는 현재 시장 점유율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가입자 유치와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야밤에 시작돼 이날 오후까지도 계속된 휴대전화 대란에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최신 스마트폰을 싸게 장만한 분들도 많지만 해당 기종을 먼저 구입한 소비자들은 ‘먼저 사는 사람만 손해’ ‘가격 방어가 이렇게 안 되나’ ‘호갱(어수룩해 이용당하는 고객) 됐다’ ‘방통위는 단속 안 하고 자나’라며 분통이 터뜨렸습니다. 자율 경쟁과 정부 규제 사이에서 고민이 많을 방통위지만 소비자들이 새벽에 스마트폰을 사러 나가는 것은 너무하지 않나요? 시장 왜곡을 막고 싶다면 불법 보조금 단속 강화를, 시장 질서를 다시 세우고 싶다면 단말기 출고가 인하와 규제 개혁 등 혁신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국민 사위’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집에서 쫓겨나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SBS ‘자기야-백년손님’에 출연 중인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53·사진)씨가 최근 월간조선 3월호 인터뷰에서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농담인 줄 알았지만 함 원장은 “의무 없이 권리만 누리려 한다면 도둑놈 심보” “단 자식을 2명 낳은 여자는 예외로 할 수 있다”며 진지했습니다.
이뿐 만이 아닙니다. “제 자식들은 지금까지 투표권이 없다”며 “나이가 안 찬 게 아니라 제가 못 하게 했다. 국민의 4대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투표권이 없다고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납세와 국방 등 4대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건 말이 안된다는 주장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아들의 투표를 막은 일화도 공개했습니다.
여기에 함씨는 “독재가 왜 잘못된 건가? 독재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하나의 도그마” “더 잘 살 수 있으면 왕정도 상관없다. 민주란 말만 붙으면 최고라고 하는데 반드시 그렇지 않다” “만약 1960년대부터 민주화했다면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박정희(전 대통령)의 독재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독재를 선의로 했는지, 악의로 했는지 혹은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 등 자신의 정치 성향도 거침없이 드러냈습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 대해선 “의사라기 보단 의사면허소지자”라며 “좋게 말하면 과대망상이고, 나쁘게 말하면 거짓말쟁이”라고 독설을 내뿜었죠.
함씨의 ‘용감한’ 소신 발언은 곧바로 십자포화를 맞았습니다. 함씨 병원 홈페이지는 서버가 다운됐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함씨를 비판하는 여론과 함께 ‘자기야’ 하차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배우 김의성씨는 “함씨 이론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 임기는 3.75년”이라고 비꼬았고,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병입니다, 병. 함익‘병’”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근본 원인은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잘못된 인식”이라면서 “독재 찬양 남녀차별 못지않게 섬뜩한 학대 심리가 충격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함씨 측은 10일 “지난 1월 했던 인터뷰인데 논란이 일어 당황스럽다”고 전했습니다. SBS는 “개인의 문제”라며 말을 아끼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자기야’는 진정성을 강조하는 리얼리티 예능입니다. TV 밖 모습이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함씨는 장모와 허물없이 어울리는 모습으로 ‘국민 사위’로 불릴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SBS도 지난해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줄 정도로 극진히 모셨죠. 하지만 당장 자신의 장모를 비하한 듯한 함씨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개인의 당당한 소신이니 사과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지상파 예능 출연자로 적절한지는 함씨나 제작진이나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를 알고 계신지요. 샤이니는 유럽과 미국, 남미까지 섭렵할 정도로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K팝 그룹이죠. 그런데 높은 인기만큼 재미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지난 11일 MBC 스포츠국 소속 방송작가인 A씨는 자신의 SNS에 “샤이니 종현의 폴란드 팬이 MBC로 선물을 보냈다. 아마도 그 팬은 ‘MBC 샤이니 종현 앞’ 하면 종현이 받을 줄 알았나 보다”라는 글과 함께 폴란드어 편지가 동봉된 간식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그는 “정성스러운 선물은 종현과 이름이 같은 부장님 앞으로 배달됐고, 간식은 작가들 뱃속으로 들어갔다는 슬픈 소식이. 폴란드 소녀 팬. 간식 잘 먹을게요”라고 적었습니다.
샤이니의 소속사 주소를 몰랐던 해외 팬들이 종현이 라디오 DJ를 맡고 있는 MBC로 선물을 보내면 되는 줄 알았던 것이죠. 그러나 선물은 동명이인의 MBC 간부 손으로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실수라고만 생각하면 단순한 에피소드입니다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샤이니 팬들이 ‘뿔’이 난 것이죠. 순수한 마음으로 해외 팬이 보낸 선물을 왜 주인에게 보내지 않고 먹었냐는 것입니다. 이는 형법 360조 ‘점유이탈물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팬들의 주장입니다. 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겁니다.
자신이 보낸 선물의 행방을 알게 된 폴란드 팬은 지난 13일 SNS에 “조금 슬프다. MBC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지만 종현에게 불이익이 있을까봐 아무 것도 못 하겠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선물이 폴란드에 있는 샤이니 팬들이 돈과 마음을 모아 보낸 것”이라며 “이미 먹은 음식은 상관없지만 우리의 모습이 담긴 DVD라도 전달해 줬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이 글을 읽은 국내 팬들은 더 거세졌습니다. 이틀이 지나도 사과는 커녕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작가 A씨와 MBC의 태도 때문입니다.
지금도 MBC의 SNS 공식계정에는 “같은 방송국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하는 가수에게 온 택배를 전달하는 것이 어렵냐” “A씨는 종현에게 사과해라” “남에게 준 선물을 엉뚱한 사람이 먹으면 좋겠느냐”는 팬들의 항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A씨는 SNS에서 탈퇴했고, MBC도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한국 팬도 아니고 해외 팬이라 더 반향이 큽니다. 팬들은 ‘국격(國格)’까지 거론하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K팝으로 가수들이 아무리 국위선양을 해도 태도가 무례한 방송국, 기획사 등 관계자들이 다 망친다는 논리죠. “쉽게 볼 수 없는 동양의 가수를 좋아해 선물을 보낸 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그럴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한 몫 합니다. 이에 더해 해외 K팝 매체 등도 이 일을 기삿거리로 다루고 있으니, MBC는 골치 아프게 됐습니다.
TV를 켜니 배우 전지현(33)이 나옵니다. 드라마가 아니라 광고입니다. 잘 꾸며진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합니다. 곧바로 다른 광고가 이어집니다. 여기서도 전지현이 나옵니다. 매끈한 피부를 원하면 이 스킨을 바르라네요. 식빵을 맛있게 요리해 먹으라는 광고에 나왔다가 다른 광고에서는 다이어트를 제안합니다. 어리둥절합니다.
전지현은 자타가 공인하는 CF계의 여왕입니다. 스타로 발돋움한 계기도 1999년 삼성전자 프린터 광고였죠. 2011년 LG생활건강은 11년간 자사 제품 성장에 기여했다며 ‘헌정 광고’를 내보냈을 정도입니다. 작품 활동엔 굴곡이 있을지언정 광고 톱모델 자리만큼은 놓친 적이 없습니다.
‘데이지’(2006) ‘블러드’(2009) 등의 흥행 실패와 2009년 소속사 대표와의 스캔들로 전지현은 잠시 주춤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누구보다 화려하게 돌아왔습니다. 2012년 영화 ‘도둑들’에서 제 색깔을 찾는 듯 하더니 올해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제대로 터뜨렸습니다. 광고계에는 다시 전지현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전지현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브랜드는 10개를 훌쩍 넘습니다. 삼성전자 냉장고, SK텔레콤 광고는 워낙 많이 나왔죠. 화장품 한율과 일리,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와 쉬즈미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가구 브랜드 한샘, 다이어트식품 브랜드 비비 프로그램 등 일일이 세기도 힘듭니다.
‘별그대’ 치맥 열풍에 힙 입어 치킨 전문업체 BHC 모델에도 발탁됐습니다. 파리바게뜨가 새로 출시된 케이크는 ‘전지현 케이크’로 불리며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출시 2주만에 매출 10억원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조만간 맥주 광고도 나올 예정이라네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런저런 말이 나옵니다. 네티즌들은 “이미지 소비가 심하다” “그 광고가 그 광고 같다”며 피로감을 토로합니다. 어떤 이는 “물만 먹어도 살찐다더니 치킨, 빵 광고하면 누가 사먹겠는가”라며 “모델로서 좀더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합니다.
반면 “광고효과는 역시 전지현이 최고”라는 의견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만큼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광고주가 원하는 모델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전지현은 광고모델 호감도 순위(한국광고종합연구소, 2014년 2월 기준) 1위를 차지했습니다. ‘별그대’ 이전에는 10위권에 머물렀습니다. 그야말로 화려한 여왕의 부활입니다.
엎지르면 주워담을 수 없는 것은 물 뿐만이 아닙니다. 인터넷 공간에 올린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트위터 글 중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것을 대거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삭제했다는 사실은 물론 삭제했던 글까지 모두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 후보자 트위터의 트윗은 24일 현재 282개입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네티즌수사대라고 부르는 ‘자로’는 “정 후보자가 트윗 498개 중 최소 216개를 지웠다”며 구글, 다음 트위터 검색, 인용알티를 이용해 삭제된 트윗의 흔적을 찾아냈습니다.
삭제한 트윗의 내용입니다. 정 후보자는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10시19분 “조국 박창신 공지영 김용민. 존칭은 생략하고 이 사람들 북한 가서 살 수 있게 대한민국 헌법에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다는 걸 상기시켜 드립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10시10분에는 “박원순 시장, 대공원 사육사 장례식 조문도 안간 시점에서 조문기사 보도자료 냈다는군요? 언론플레이 선전 선동 이건 주로 좌파 일테면 통진당 수법인데 이 분 민주당 소속이신데 참 놀랍습니다. 조문도 정치적 판단으로 이용하는 건 북한식 발상 아닌가요?”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진보진영의 인사들을 비난하는 글에는 ‘좌빨’ ‘빨갱이’란 단어들이 난무합니다.
삭제된 글 중엔 2012년 8월부터 새누리당 경기도 파주갑 당협위원장을 지내며 박근혜 대선캠프 공보위원으로 활동할 당시의 글이 꽤 많습니다. 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향해 “쌍용차해고자, 문재인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 “문재인 의원은 정녕 현실파악, 상황인식이 문제인 분” 등 거침없는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정 후보자는 글을 삭제하더라도 여기저기 흔적이 남는 트위터의 속성은 잘 몰랐나봅니다. 정 후보자가 숨기고 싶어했던 ‘삭제된 트윗’을 찾아내 정리한 ‘자로’의 글은 현재 1700여명이 구독하고 4900여명이 공유했습니다. 네티즌들은 계속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 나르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른 사람만 3100여명이니 실제로 읽은 사람은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네티즌들은 “당당하신 분이 왜 지울까 이해 불가” “지운 게 많은 거 보면 숨기고 싶은 것도 많다는 얘기” “자신이 쓴 글을 삭제하면서까지 자신의 실체를 감추는 사람임을 입증했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사청문회 통과를 염두에 두고 야당 인사를 비난한 트윗을 서둘러 지웠다는 주장이지요.
인터넷에서 ‘잊혀질 권리’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대한민국에서 장관을 하려는 분입니다. ‘눈 가리고 아웅’으로 트윗을 지우는 방식이라면 직무를 잘 수행할지 의문입니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은 트윗 말고도 세상에 많으니까요.
“헬로 코리아! 만나서 반가워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왜 이 스피커 독을 구입하려고 하나요? 한국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스마트폰 주변 기기를 판매하는 미국의 한 쇼핑몰(www.meh.com)이 한국 ‘직구족’들의 난데없는 공세에 깜짝 놀랐습니다. 저 멀리 바다 건너 작은 나라에서 주문이 쇄도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이 쇼핑몰은 지난 25일 한국인들을 위해 특별히 한국어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휴대폰을 충전하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훨씬 더 나은 방법들이 있지 않나요? 아니면 다른 제품을 구입하는 건 어떠신가요?(그러면... 앙대요! 흑)”
한국인들의 ‘폭풍 구매’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는지 이 사이트는 심지어 이런 질문까지 던졌습니다. 이 사이트는 번역기를 돌려 한국어 페이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한국어에 대해선 무식하다며 다소 어색한 문장을 나열하면서도 ‘앙대요!’ 같은 유행어까지 쓰다니, 재미있습니다.
소동은 이 회사가 물건을 인터넷에 싸게 올렸기 때문에 벌어졌습니다. 한국 쇼핑몰에서는 최저가가 12만원인데 이 사이트는 겨우 15달러(약 1만5000원)에 판매했으니 말이죠. 해외 배송비를 고려한다고 해도 10만원 이상 절약할 수 있으니 직구족으로서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을 겁니다.
직구족들은 이번 일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많은 이들은 미국 쇼핑몰이 대놓고 한국을 언급한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제 한국을 특별한 고객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반면 한국 유통업자들은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어떻게 열 배 가까운 가격으로 파는 거죠?”라는 반감 섞인 댓글이 많습니다.
해외 직구는 이제 유행을 넘어 대세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배송이 오래 걸리거나 AS가 불편해도 이를 감수할 만큼 가격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이겠죠. 스마트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지 않으려면 국내 기업들이 진짜 변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루 동안의 말싸움으로 끝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논란을 시작한 사람은 13일에도 부연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말 한마디가 일파만파 번져가고 있는 겁니다. 최근 영화 ‘명량’에 실망감을 표현한 진중권(51) 동양대학교 교수와 분노한 일부 네티즌들의 얘기입니다.
진 교수는 지난 6일 트위터에 “(명량은) 솔직히 ‘졸작’이죠. 영화의 인기라기보다는 이순신 장군의 인기로 해석해야 할 듯”이라고 혹평했습니다.
진 교수의 말은 곧 화제가 됐습니다. ‘진중권’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하루 종일 있었습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오프닝 당일 최다 관객’ ‘최단 기간 1000만 관객 돌파’ 등 한국 영화사 흥행 기록을 모두 갈아 치우고 있는 작품을 졸작이라고 했으니 말이죠. 대다수가 “예스”라고 할 때 혼자 “노”를 외치면 시선이 쏠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 네티즌의 행태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애국심이 없다” “성격이 비뚤어졌다” “당신이 뭔데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수준 낮은 인간으로 만드나” “관심병 환자냐” 등의 반응이 그것입니다. 영화 평가를 반박하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겁니다.
심지어 “진중권은 아내 때문에 명량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라는 글까지 나왔습니다. 진 교수의 아내는 일본인 작가 미와 교코(54)씨입니다. 아내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이순신 장군이 통쾌한 승리를 거두는 내용을 좋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진 교수는 결국 13일 트위터에 “그냥 명량은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집니다”라며 “명량이 정말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영화적으로 어떤 면이 뛰어난지 얘기하면 됩니다”라고 썼습니다.
진 교수의 평가를 왜 납득할 수 없는지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한 경우도 있었지만 절대적으로 소수였습니다. 물론 “(졸작이라고) 비판을 하면서 ‘어떤 부분이 별로였다’라는 등의 얘기가 없다”는 지적은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진 교수 역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디 감히 이순신 장군을 다루고 지친 국민을 위로해 주고 있는 명량을…’이라고 말하는 네티즌들은 주연 최민식씨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흥행이) 기념비적이기도 하지만 좀 더 영화 내적으로 논의가 되고 논란이 일었으면 한다”고 말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애국심을 고취시켰어도,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줬더라도, 흥행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더라도 모든 사람이 후한 점수를 줄 순 없습니다. 혹평도 하나의 의견일 뿐 잘못이나 죄가 아닙니다. 더욱이 인신공격은 지나칩니다.
이제 진 교수가 자신의 혹평에 대해 ‘비(非) 영화적 비난’을 퍼붓는 이들에게 멋진 ‘영화적 근거’를 제시해줄 차례가 온 것 같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가짜 깁스(사진)’가 품절됐다는 소식이 인터넷에서 화제입니다. 연극·영화 소품이나 만우절 장난을 위해 만들어진 가짜 깁스가 명절이 다가오면 불티나게 팔린다는 겁니다. 가격은 1만6000원 안팎입니다. 진짜 그럴까 했지만 업체에 확인하니 놀랍게도 사실이었습니다.
판매업체 관계자는 1일 “주문량이 갑작스럽게 늘어 지난 30일부터 품절”이라며 “급하게 공장에 추가 주문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설이나 추석 등 명절 연휴가 다가오면 평소보다 3배 이상 잘 팔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업체의 재고는 100개 정도입니다. 다른 업체도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가짜 깁스가 올라온 쇼핑몰을 살펴봤습니다. 상품 설명엔 ‘붕대와 함께 사용하면 어렵지 않게 아픈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손을 넣고 20∼30분이면 완전히 굳어 실제 깁스를 한 것처럼 보인다는군요. ‘한번 굳으면 모양을 바꿀 수 없으니 조퇴용으로는 절대 사용금지’라는 유머러스한 주의사항도 있습니다.
이 현상을 놓고 인터넷에는 “보자마자 ‘빵’ 터졌다” “동서가 가짜 깁스를 하고 등장해도 살짝 눈감아 줍시다”라는 주부들의 반응이 올랐습니다. 진지하게 고민하며 가짜 깁스를 구매하려는 주부도 댓글을 달았습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가짜 깁스가 품절되는 웃지 못할 현상에 일단 주부들은 공감한다는 방증일 겁니다. 우울증, 불면증, 신경성신체장애 등을 동반한 명절증후군을 피하기 위해서라는데 주부가 아닌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네티즌들은 “오죽하면 가짜 깁스를 하겠느냐”는 의견과 “가시방석을 자초하는 한심한 짓”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벌였습니다. 한 네티즌은 “진짜 다쳐서 깁스한 며느리가 괜한 오해를 받게 생겼다”고 적어 호응을 얻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명절증후군을 예방하려면 가족들이 어울려 차례상을 준비하며 수다를 떨라고 조언합니다. 며느리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주된 이유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다른 가족 때문이므로 다같이 차례상을 준비하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글쎄요. 가장 큰 책임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남편들에게 있지 않을까요. 부모와 형제들에게 눈치가 보여 도와주는 게 여의치 않다면 아내의 정신적 스트레스만큼은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가지면 어떨까 싶네요.
‘무한도전’ 한글 특집이 방송사고로 빛을 바랬습니다. 그런데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장면은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시청자게시판에는 유재석의 태도를 지적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네티즌들은 “곤장 맞아야겠어요”라고 댓글을 달고 있는데요. 국민 MC 유재석이 비난을 받다니 어찌된 일일까요?
11일 방송된 한글 특집에서 제작진은 평소 언어습관을 알아보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멤버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단연 화제는 지난주 방송된 ‘라디오스타’ 특집이었습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일일 DJ를 맡은 정형돈은 진정성 있는 진행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죠.
정형돈이 “라디오로 한 판에 뜰 판인데 지금”이라고 하자 유재석은 “너 때문에 시청률 떨어졌잖아. 너 많이 나와서”라며 “라디오를 왜 그렇게 진지하게 찍어”라고 말했습니다. 정형돈은 멋쩍은 듯 “그래도 감동이 있으니까”라고 했지만 유재석은 “그런 감동 지겨워 죽겠어. 처음부터 잘해”라고 했습니다. 옆에 있던 하하도 거들었습니다. “반전 주려고 진짜 착한 척 하는 거야”라며 정형돈이 콘솔 다루는 연습을 하는 장면을 따라했습니다. 계속 놀려대자 정형돈은 하하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고요. 그만큼 친하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겠죠.
멤버들의 장난은 계속됐습니다. 정형돈은 한글 퀴즈에서 ‘곰곰이’와 ‘곰곰히’ 중 정답을 고르느라 오랜 시간을 끌었습니다. 유재석은 “이 정도면 끌어내요”라며 “(라디오스타 특집 때도) 자기가 엄청난 감동을 줬다고 생각하더라. 최근 들어서 봤던 특집 중에 제일 지루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정준하는 “그걸 봤어? 난 안 봤어 아예”라고 해 웃음을 줬습니다. 하하는 “차에서 셀프 카메라가 말이 되냐고”라며 “자기가 녹화 버튼 누르고 연습하는 거 있잖아. 이게 말이 되냐고! 정말 재수 없어 죽는 줄 알았어”라고 했죠.
멤버들끼리 장난이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불편했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그대로 방송한 제작진을 탓하는 의견도 있고요. 게시판에는 “무한재석교라는게 진짜 있는 듯(da****)” “김태호PD가 유재석을 너무 신뢰한 거 같다(dt****)” “정형돈 팬 아니지만 솔직히 유재석 불편하긴 했음(oj****)” “유재석씨의 멘트, 하하의 깐족거림은 불편함을 넘어 불쾌함까지 들었다(sj****)” 등의 글이 많습니다.
물론 “유재석과 하하는 지루했을 수도 있지(on****)” “난 하하랑 유재석이 그 말 할 때 공감하고 웃겼음(ju****)” “자기 팬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건 기분 나쁠 수 있다고 본다(aj****)” 등의 의견도 있습니다.
멤버들이 정형돈에게 면박을 주려고 한 행동은 아닐 겁니다. 재미있게 살리려고 했던 행동이 시청자 입장에서는 조금 과해보였겠죠. 한글 특집이 이렇게 마무리 돼 아쉬울 따름인데요. 그만큼 ‘무한도전’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은 증거겠죠?
12년 동안 학교에서 배워도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기란 쉽지 않죠. 이를 통쾌하게 꼬집은 외국인의 동영상이 화제입니다. 미국인의 눈에 2015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문제는 어떻게 보였을까요?
미국의 유명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체류 중인 휘트니는 13일 유튜브에 ‘어려운 수능 영어 문제, 미국인이 풀기’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어 32번 문제를 풀어봤다는군요. 32번은 빈칸에 들어갈 문장을 추론하는 문제입니다. 과학적 지식의 가치중립성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수험생들이 가장 까다롭다고 입을 모은 그 문제입니다.
영상에서 휘트니는 지문을 읽으며 문제를 풉니다. 하지만 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으며 “뭐야”라고 외칩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죠. 지문을 힘겹게 읽고 난 뒤 “5분 동안 고민했는데…. 정말 어렵다.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겠다”며 난감해합니다. “내가 멍청한 건가”라고 자책합니다. 고심 끝에 4번을 택했지만 정답은 1번이었습니다. 그는 “진짜 어려운 문제”라며 “미국 사람인 나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고3 힘내라”고 했습니다.
한국에 온 지 3년 된 휘트니는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를 쉽게 설명하는 유튜버로 유명합니다. ‘내가 만났던 10종류의 한국인’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의 고민’ 등의 동영상으로 인기를 끌었죠.
네티즌들은 “미국인조차 모르는 실용성 제로 수능 영어” “수능 1등급도 외국인 만나면 말 못한다” “이걸 왜 공부하나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면 “한국인이라고 국어 만점 맞나” “전문서적 원서에서 나온 용어는 생소한 게 당연”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CJ엔터테인먼트에게 2014년은 다사다난한 해였습니다. 배급을 맡은 영화 ‘명량’이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재현 회장이 구속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죠.
이런 CJ가 오는 17일 개봉되는 영화 ‘국제시장’에 거는 기대는 남다릅니다. 연말연시 가족 단위 관객들을 겨냥한 훈훈한 내용이라서 그런지 개봉까지 시간이 꽤 남았는데도 CJ는 벌써부터 홍보에 여념이 없습니다.
국제시장은 6·25전쟁을 겪으며 아버지를 잃고 가장이 된 덕수(황정민)가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덕수는 독일에서 광부로 일하다 죽을 고비를 넘깁니다. 그뿐인가요.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절름발이가 돼 돌아옵니다. 그 시절 우리 아버지들의 희생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죠.
영화는 박정희 정권 시절 파독 광부와 간호사, 베트남전 파병 등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힘겨웠던 시대적 상황과 가족애를 버무려 감동을 극대화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고개가 갸우뚱 해집니다. 50년 전 아픔을 전달하기 위해 이렇게 공을 들인 CJ가 왜 최근의 일은 외면하고 있을까요.
CJ는 용산참사를 모티프로 한 영화 ‘소수의견’ 개봉을 기약 없이 미뤘습니다. 강제철거 현장에서 죽은 소년의 아버지가 의경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벌어지는 법정공방을 다룬 영화인데요. 지난해 6월 촬영을 마쳤지만 개봉 시점은 안갯속입니다.
급기야 동명 원작소설을 쓴 손아람 작가는 지난달 5일 페이스북에 “CJ가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뒤 개봉을 1년간 연기하다 결국 영화를 폐기처분했다”며 “정권에 보내는 수십 억 원짜리 화해 메시지”라고 비판했습니다. 인터넷에는 “이 회장 재판에 영향이 미칠 것을 고려한 게 아닌가?” “정권 눈치 보기”라는 말들이 나왔지요.
CJ는 쿠키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배급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율 중”이라며 폐기처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또 “소수의견 말고도 개봉을 기다리는 다른 작품들이 많다”면서 “영화 촬영이 끝났다고 바로 개봉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설명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촬영을 마친 국제시장은 벌써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촬영 순서대로 개봉작이 결정되는 건 아니겠지요. 다른 판단기준이 있는 걸까요?
CJ는 그동안 “제일 잘 하는 일이 문화”라고 자부해왔습니다. ‘문화를 만든다’는 슬로건으로도 유명하고요. 이 회장 역시 평소 문화기업으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합니다. 순수하게 문화를 사랑하는 것이 맞는지 말이죠.
김현섭 조현우 이은지 김민석 권남영 민수미 이혜리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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