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의 도발’을 참지 못하고 달려든 프로농구 하승진(KCC)은 징계를 받게 될까. 과거 사례를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에서 가장 최근에 관중을 향한 위협적 행동으로 징계를 받은 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주전 포수 강민호이다.
강민호는 지난해 8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2대3으로 진 뒤 마지막 타석 때 주심의 스트라이크 아웃 판정에 불만을 느껴 심판실을 향해 물병을 던졌다.
강민호가 던진 물병은 관중석 앞 그물을 맞고 떨어졌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대회요강 벌칙 내규 기타 제1항’에 의거해 제재금 200만원과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40시간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강민호는 팬이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이 전혀 없고, 격분의 이유가 팬도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팬에게 위협을 가한 꼴이 돼 버린 경우이다. 하승진과 다른 경우이고 잘못도 명백하다.
하지만 하승진과 흡사한 상황에서도 선수에게는 징계가 내려졌다.
프로축구 안정환(은퇴·현 MBC 해설위원)은 2007년 9월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2군 경기에서 관중석으로 올라가 상대 측 서포터들에게 강하게 퇴장을 당했고, 벌금 1000만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일부 팬들이 안정환의 아내에 대한 욕을 한 것이 사건을 촉발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팬의 잘못도 분명하지만 프로선수로서 참지 못하고 관중에게 위협을 느낄만한 행동을 한 것은 잘못됐다는 판단이다.
지난 1999년 프로야구 롯데에 입단한 펠릭스 호세는 그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 방망이를 관중석에 집어 던지는 사상 초유의 사고를 냈다.
하지만 이 사건 역시 단초는 관중이 제공했다.
호세가 6회초 홈런을 날린 뒤 3루를 도는 시점에 관중석에서 맥주캔 등이 날아들어 호세가 맞을뻔 한 것이다. 화를 참지 못한 호세는 더그아웃 앞에서 방망이를 관중석에 세게 집어던졌고, 결국 벌금 300만원에 10경기 출장정지라는 징계를 받아야 했다.
하승진은 지난 1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 도중 리오 라이온스(삼성)의 팔꿈치에 맞아 코뼈가 부러졌다. 피를 쏟은 양쪽 콧구멍을 솜으로 막은 채 라커룸으로 걸어가던 하승진을 향해 삼성의 한 여성 팬이 “아픈 척은…”이라고 비꼬았고, 이를 들은 하승진은 화를 내며 관중석으로 향했다. 분을 삭이지 못한 하승진은 주변의 제지로 관중석까진 가지 못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