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소셜커머스 위메프와 디자인계의 거장 이상봉 패션디자이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최근을 기준으로 하면 ‘갑질’입니다.
8일 위메프의 ‘갑질 해고’ 논란에 이어 유명 패션디자이너인 이상봉씨를 청년유니온이 ‘2014 청년착취 대상’으로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열정 페이’란 단어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열정 페이란 사용자 측에서 구직자들을 상대로 ‘일하는 것 자체가 경험되니 적은 월급(혹은 무급)을 받아도 불만 가지지 마라.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다’라는 태도를 보일 때 이를 비꼬는 말입니다.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로 치달은 사회 분위기에 대한 냉소가 담겼습니다.
청년 유니온과 패션노조는 7일 “이상봉 디자인실에서 견습은 10만원, 인턴은 월 30만원, 직원은 100만원 남짓한 월급을 주며 패션계에 갓 진입한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며 그에게 ‘2014 청년착취 대상’을 수여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위메프는 수습사원에게 정직원과 같은 업무를 시킨 뒤 11명 전원을 해고했다가 논란을 불렀죠. 위메프는 일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보도자료를 내고 “전원 합격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채용과 해고를 이렇게 가볍게 여겨도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네티즌들은 치를 떨고 있습니다. 열정 페이보다 훨씬 더 강력한 ‘갑질 해고’가 등장했다는 겁니다. 이들은 “드라마 ‘미생’은 역시 판타지였어” “이제 2개월도 길다고 2주 쓰고 버리네” “사회 곳곳에 만연한 갑질” 등의 댓글을 달며 분노했습니다. 한편으론 “이젠 열정 페이라도 주면 감사히 여겨야 하나”라거나 “기업들의 갑질에 열정 페이조차 받기 힘든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니냐”며 자조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열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에 ‘아프면 병원가야지’라고 항변하는 청년들. 나라의 미래라는 청년들을 계속 만만하게 여기다간 언젠가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날이 오지 않을까요.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