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공 ‘땅콩 리턴(회항)’ 여파로 ‘갑질 논란’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가 ‘갑질 채용’ 논란에 휩싸여 곤혹을 치렀죠. 그런데 이번엔 쿠팡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쿠팡 측이 직원들을 계약직으로 뽑은 후 밤늦게까지 일시키면서 수당 등을 제대로 주지 않고 있다는 주장글이 인터넷에 오른 겁니다.
지난 12일 다음 아고라에 ‘쿠팡맨을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쿠팡은 지난해 3월 국내 온라인유통 업체 중 최초로 자체 배송인력을 확보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전달하는 ‘로켓배송’을 도입했습니다. 쿠팡맨들이 배송을 맡고 있죠.
쿠팡에 다니는 직원의 아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 작성자는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는 “일반 택배회사보다 못한 급여를 받는 게 회사입니까?”라고 날을 세우며 글을 시작합니다. 뒤이어 “열시 열한시까지 배송하고 월급 250만원이 말이나 되느냐” “점심조차 먹을 시간이 없고 저녁식대 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등의 불만을 표했습니다.
이어지는 말이 의미심장한데요, 그는 “계약직으로 6개월씩 계약 연장만 한다”며 “정규직 전환율 0%가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습니다.
글 작성자는 또 쿠팡맨들이 올린 것으로 추측되는 쿠팡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들을 캡처해 글에 첨부하기도 했습니다. “직원에 대한 배려나 기본적인 업무환경도 형편없으면서 쿠팡감성배송은 터무니없는 서비스인 듯 하다”라거나 “출근해서 집에 오기까지 기본 18시간. 밥도 9신가 10시가 넘어야 제공된다. 그것도 영수증 청구해야 한다” “여섯시에 일어나 종일 운전, 거기다 고객만족 감정노동까지” 등의 내용이 올라 있네요.
이들에 따르면 계약직 쿠팡맨들이 위메프에 다니던 수습사원 못지않은 노동착취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인데 사실일까요?
쿠팡 측은 논란이 일자 “모두 허위 글”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또 “감정적인 글들이 오르고 있어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쿠팡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쿠팡맨들에 대한 기본급은 260만원, 월별 평균 인센티브가 40만원, 사고보존 비용이 50만원”이라며 “쿠팡맨이 사고를 내면 사고보존 비용 50만원 한도 내에서 삭감하고 그 이상은 회사에서 처리한다. 연장근무나 휴일(법정공휴일) 근무에 대한 수당도 지급하고, 심지어 주차범칙금도 지원한다. 일반 택배회사들보다 나은 면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연말 기간 업무가 몰려 일이 밀리거나 차가 밀리는 등의 이유로 늦게까지 일을 했을 수는 있다. 배송 서비스직이다 보니 그런 부분은 고려해줬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주 6일 근무라고 안내하고 합당할 수준의 보상도 다 해왔다”고 격무 논란을 해명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됐던 ‘정규직 전환 0%’라는 문구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쿠팡맨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이 4명 있다”며 반박하며 “지금은 쿠팡맨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 평가기간으로 전체 수와 비교해 전환율을 말하면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쿠팡맨들은 입사 날짜도 다 다르다”며 “이들이 받는 평가에 따라 순차적으로 정규직 전환할 예정인 만큼 지켜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인터넷엔 신기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에 오른 글들이 ‘해당 게시물은 정통망법 44조에 의해 게재중단 된 게시물’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모두 삭제됐더군요. 해당 건을 다룬 몇몇 기사들도 다수 삭제된 상태입니다. 관계자의 마지막 말이 뇌리를 스칩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최대한 조심할 수밖에 없어요.”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