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친절한 쿡기자=김민석 기자]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가 또다시 논란을 뿌리고 있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다 싶었지만 못된 버릇은 못 버리는 걸까요. 사실 일베엔 논란이 될만한 글이 거의 매일 올라왔습니다. 비상식적인 ‘전(前) 대통령 모욕’이나 ‘여성 비하’ 등으로 말이죠. 이따금 네티즌들이 ‘이 정도면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캡처 사진을 보내오기도 하지만 너무 당연한 일이 돼버렸기에 기사화조차 망설였을 뿐이죠.
그러다 일이 터졌습니다. 지난 26일 단원고 교복을 입은 한 일베 회원이 ‘친구 먹었다’는 제목으로 어묵(오뎅)을 들고 일베 회원임을 인증하는 손가락 자세를 취한 사진을 일베 게시판에 올린 겁니다. 어묵은 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 바다 속에서 생을 마감한 단원고 학생들을 모욕적으로 희화화할 때 쓰는 말입니다.
해당 게시물은 캡처돼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여기엔 “수장된 친구 살을 먹은 물고기가 오뎅이 됐고, 그 오뎅을 자기가 먹었다는 뜻”이라는 누가 봐도 충격적인 설명이 달렸죠.
과거부터 일베에선 세월호 희생자들을 조롱하기 위해 ‘물고기밥’ 또는 ‘오뎅’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왔습니다. 이들은 “진도 물고기들 포식하겠다” 등의 표현을 한 뒤 낄낄댑니다.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실제 그렇게 놉니다. 이것은 포털사이트에서 ‘일베 단원고 물고기밥’ ‘일베 세월호 오뎅’ 등으로 검색해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또 다른 일베 회원은 ‘세월어묵 출시’라는 제목으로 ‘진도에서 만든 세월어묵’이라는 식품명이 적힌 사진에 “아이들로 만들어서 식감이 쫀득쫀득”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앞서 물의를 일으킨 회원보다 수위가 더 높지요. 확인 결과 ‘세월 어묵’이라는 제품 이름 역시 합성된 사진이었습니다.
분노한 단원고등학교 교장과 일부 법조인, 그리고 시민들이 고소·고발장을 제출하면서 29일 경찰이 해당 일베 회원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바람대로 그들을 처벌할 가능성이 높아졌네요.
여기다 29일 일베가 조금은 유명한 청년 때문에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청와대 폭파 협박범 강모(22)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나서면서 일베 회원임을 인증하는 손동작과 비슷한 제스처를 취한 겁니다.
경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9일 오전 수원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강씨를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법원으로 압송했습니다. 챙이 있는 모자에 옷에 달린 후드까지 눌러쓴 강씨는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연행과정에서 강씨는 일관되게 왼손 엄지와 검지로 원을 만든 상태에서 나머지 세 손가락을 펴고 있는 손동작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베의 악명을 드높일만한 절묘한 사진도 찍혔네요.
일베 회원들에 따르면 엄지와 검지로 원을 만든 뒤 나머지 세 손가락은 편 상태에서 약지만 접어 일베의 ‘ㅇ’과 ‘ㅂ’을 만들면 완벽한 일베 인증이 됩니다. 시도해보면 어렵습니다. 왜 이렇게 이상한 손동작을 취하면서 좋아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강씨가 취한 일베 인증 동작도 완벽하지는 않았네요.
일베 회원들은 강씨가 일베와 관련있을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베가 또 해냈다” “저건 100% 일베 인증” “나도 기자 할래” “김대중 컨벤션 센터나 폭파해라” 등의 댓글을 달며 즐거워했습니다.
반면 “조금 달라 아리송하다”라거나 “약지를 접지 않았기 때문에 OK 사인을 한 것 아니냐” 등의 의견도 올랐습니다. ‘일베를 공격하려는 좌파의 음모’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강씨가 청와대 폭파 협박범이기 때문에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으로 짐작됩니다.
강씨는 정의화 국회의장 전 보좌관의 아들로 프랑스에서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6차례에 걸쳐 SNS에 박근혜 대통령 사저를 폭파하겠다는 등의 협박 글을 올린 데 이어 25일 청와대로 5차례 폭파 협박 전화를 건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습니다.
또다시 일베 때문에 온 사회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인터넷엔 그동안 일베가 일으킨 논란을 모은 글이 떠돌고 있습니다. 곧 100개를 넘길 기세입니다. 이쯤 되면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일베 사이트 폐쇄까지 고려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두더지 게임을 하듯 어린 친구들이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처벌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이날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일베 폐쇄를 강력히 요구합니다’라는 청원글이 올랐습니다.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