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이슈 리마인드] “요즘 애들은 참 버릇이 없어… 우리 땐 안 그랬는데”

[김민석의 이슈 리마인드] “요즘 애들은 참 버릇이 없어… 우리 땐 안 그랬는데”

기사승인 2015-04-12 16:57:55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요즘 애들은 참 버릇이 없어.”

젊은이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어른들이 늘 하는 말입니다. 수천 년 전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도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고 적혀 있었다고 하니 동서고금이 따로 없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불변의 진리’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그런데 정말로 모든 시대 모든 젊은이들이 버릇이 없는 걸까요?

지난달 30일 유튜브에 젊은이들의 속사정을 보여주는 영상이 올라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영상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 대한민국 청춘’을 그립니다.

한 대학생은 어느 지하철역 입구에서 어른과 어깨를 부딪치고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그대로 달립니다. 중년 남성은 “버릇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읊조립니다.

다른 한 여대생은 버스에서 할아버지가 바로 앞에 서 있는데도 자리를 지킨 채 꾸벅꾸벅 좁니다. 옆에 앉아 있는 할머니는 “참 배려 없는 아가씨네”라면서 눈을 흘깁니다.

어느 밤거리에서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젊은이들도 등장합니다. 이 장면에선 “요즘 것들은 개념이 없어. 우리 땐 안 그랬는데”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상대보다 조금이라도 나이가 많으면 쉽게 내뱉는 말이죠.



하지만 그들 각각의 속사정은 어땠을까요.

버릇없는 대학생은 아르바이트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인파를 헤치며 달려야 했습니다. 배려 없는 아가씨는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느라 지칠 대로 지쳐있었습니다. 개념 없는 요즘 것은 취업 원서를 내는 족족 떨어져 희망을 잃어가는 취업 준비생이었습니다.

여기엔 ‘대학생 아르바이트 이유 1위 생계, 2위 학자금 대출’ ‘대학생 67% 학업보다 학자금 해결이 먼저다’ ‘취업원서 낸 100명 가운데 합격은 겨우 4명뿐’이라는 암울한 현실을 드러내는 자막이 붙었습니다.

요즘 어른들은 젊은이들의 사정을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 걸까요.

이 영상은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서 ‘희망쇼핑으로 이 시대의 청춘을 응원하겠다’며 제작한 영상입니다. 기성세대에게 “젊은이들을 다시 바라봅시다”고 강조합니다.

짐작건대 이 광고는 앞서 알바몬에서 걸스데이 멤버 혜리를 앞세워 청년층의 노동환경을 지적한 광고가 좋은 반응을 얻으며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자 비슷한 콘셉트로 기획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마지막 나레이션이 인상적입니다.

“세상을 견디고 싶지만 그 끝이 보이질 않고, 세상과 부딪히고 싶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당당하고 싶지만, 움츠릴 수밖에 없는 그들을 다시 바라봅시다. 오해에서 이해로. 그리고 응원합시다. 청춘이 다시 기쁜 시절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 영상은 역시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것도 내 얘기 같다”라거나 “자리 양보 안 한다고 핀잔주는 어른들이 많은데 정말 피곤한 젊은이들도 많다” “젊은이들을 이해하면 어르신, 젊은이들을 함부로 대하면 늙은이”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또 사회초년생들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인기를 끈 드라마 ‘미생’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고 “그러니까 투표를 잘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네티즌은 이렇게 댓글을 남겼습니다.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으려고 광고는 참 잘 만들었는데, 과연 11번가 경영진들은 청년들을 잘 이해하고 있을까?”

공감으로 끝내지 않는 요즘 젊은이들. 이들이 기성세대가 됐을 땐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그 때도 “요즘 애들은 버릇없다”는 말은 여전하겠죠?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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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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