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모아보니 ‘가관’… 이완구·김기춘 말 바꾸기 퍼레이드

[성완종 리스트] 모아보니 ‘가관’… 이완구·김기춘 말 바꾸기 퍼레이드

기사승인 2015-04-16 16:59:55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남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이완구 국무총리, 김기춘 전 비서실장,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홍준표 의원 등은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이들의 해명 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완구>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사망한 다음날인 지난 10일 성 전 회장의 시신에서 발견된 메모지에 ‘이완구’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총리는 이날 “성 전 회장은 의정활동을 한 것 외에는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그러나 과거 성 전 회장과 자신이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나오고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와 관련한 추궁이 이어지자 “특정 의원을 (단독으로) 만나지는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던 이 총리는 “개인적으로 만나 밥 먹은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만났다”고 실토했다.

2012년 대선 지원유세 여부를 두고도 이 총리는 지난 13일 대정부질문에서 “혈액암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어서 대선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추후 이 총리가 충남도당의 명예선대위원장으로 위촉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이 총리는 “유세장에는 한두 번 갔지만 실제 선거운동을 못했다”고 해명해야 했다.

다음날 이 총리는 당시 충남 천안에서 유세차에 올라 박근혜 후보에 대해 지지하는 동영상이 공개되자 “12월 들어서 지금 말한 거기 (천안) 하고 세종시ㆍ충청남도선대위 발대식, 마지막 12월 천안 유세에 서 있었다. 2, 3번 그랬다”고 또 말을 바꿨다.

이 총리는 2013년 4월 4일 재·보선 당시 “선거사무소에 가서 3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왔다”는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내용이 15일 보도되자 “성 전 회장이 (선거사무소에) 다녀간 것은 기억 못한다”며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3000만원 수수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을 담은 보도가 나오자 또다시 말을 바꾸었다. 이 총리는 “의미 있는 날이라 인사하고 그런 사실은 있다”면서 성 전 회장이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성 전 회장과 독대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기억에 없다. 사람들이 북적이는데 정황상 (독대는) 맞지 않는 말”이라고 했다. 목숨 발언에 대한 비판엔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했다.

이 총리는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완구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냐”는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에 질의에 대해 “충청도 말투가 그런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기춘 10만 달러>

김 전 실장 역시 기존 해명을 뒤집고 성 전 회장을 비서실장 재임 기간 중 만난 사실을 시인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1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기억을 되살려 보니 2013년 11월 6일 오후 6시 30분에 성 전 회장을 비롯해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등 충청도 의원 5명과 저녁을 먹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성 전 회장이 2006년 10만 달러를 직접 건넸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지난 10일 언론인터뷰에서 “비서실장이 된 다음(2013년 8월 5일)엔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착각했던 것 같다. 내가 다시 기억을 되살리고 가지고 있는 자료를 보니까 11월 6일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며 “확인해보니 그날 밥값도 내가 결제를 했다”고 말했다.

당시 만찬은 경남기업 워크아웃 개시 결정(10월 31일)이 난 지 1주일 뒤로 중앙일보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의 일정표에는 11월 6일과 워크아웃 개시 전인 9월 4일, 5일에도 성 전 회장이 김 전 실장을 만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성 전 회장이 2006년 9월 김 전 실장에게 10만 달러를 건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거듭 자신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은 “맹세코 돈을 받지 않았다”며 “나는 공직이든 국회의원이든 있으면서 거금을 주면 겁나서 받지 못한다. 덜렁덜렁 받는 간 큰 남자가 아니다”고 항변했다.

<홍문종 2억>

성 전 회장은 생전 인터뷰에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게도 2억원을 건넸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홍 의원 아버지와 잘 안다. 홍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된 후 알았지만 아버지하고 친하다”며 “지방선거 때도 자기는 사무총장하고 나하고 같이 선거도 치렀다”고 친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이 사람도 자기가 썼겠느냐, 대통령 선거에 썼지. 개인적으로 먹을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홍 의원은 “전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황당무계한 소설”이라며 “단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고 전면 부인했다.

홍 의원은 “대선 선거운동 당시 성 전 회장은 대선캠프 조직총괄본부에서 근무한 적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은 선거캠프 조직총괄본부에 어떠한 직함을 갖고 있지 않았고, 조직총괄본부에서 근무했던 20명의 국회의원, 200명의 상근직원, 조직총괄본부에 소속된 60만명 명단에도 없다”고 했다. 이어 “저뿐 아니라 조직총괄본부에 같이 근무했던 모든 직원도 성 전 회장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고도 했다. 홍 의원은 성 전 회장이 부친과 잘 안다고 언급한 부분도 “직접 확인한 결과 일면식도 없고 이름도 못 들어봤다고 (부친이) 말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측은 “성 전 회장은 2012년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합당하면서 선진통일당 원내대표 자격으로 중앙 선대위 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며 “이런데도 성완종 전 회장과는 마치 전혀 같이 일한 사실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꼬집었다.

홍 의원은 1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성 회장과 덕산 스파캐슬에서 만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게 어디 있는 곳인지 모른다”고 했다가 거짓말이 들통 나기도 했다. 방송 직후 덕산 스파캐슬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사진이 공개된 것이다.

홍 의원은 또한 “19대 국회 이전에는 성 전 회장을 만난 적도 없다. 지나가는 길에 잠시 본 적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단둘이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지만 추후 방송에서는 “성 회장이 기록한 18차례보다 더 많이 만난 느낌이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성 전 회장의 주요 일정표에 기록된 내용 중 ‘2014년 12월 27일 귀국 후 미팅’이라는 일정을 확인해 본 결과, 당시 본 의원은 해외체류 중이었다”고 밝혔다. 또 2013년 11월27일 ‘덕산스파’라고 기록된 것에 대해서도 “충남 덕산의 ‘리솜스파캐슬’에서 새누리당 충남도당 정치대학원 수료식이라는 공식적인 행사에 특강 연사로 참석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홍준표 1억>

성 전 회장 측은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가장 먼저 검찰수사를 받게 돼 언론인 출신 윤모(52)씨의 입만 바라보게 됐기 때문이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16일 경남기업과 성 전 회장의 측근 등으로부터 확보한 압수품을 분석하면서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규명할 물증을 찾고 있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8명의 정치인이 실제 금품을 건네받았을 개연성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 증거를 찾는 작업이 압수물 분석의 핵심 목표다.

메모 속 홍준표 경남지사가 옛 한나라당 당 대표 경선 후보로 전당대회를 준비하던 2011년 5∼6월께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에 관한 단서 확보가 검찰의 최우선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메모 속 다른 인물과 달리, 금품수수 의혹이 공소시효 범위에 있으면서 성 전 회장과 메모 속 당사자 외에 제3의 인물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이 고인이 된 상황이어서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지만 제3자가 등장하는 의혹 사안은 그를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규명이 용이하다.

성 전 회장과 홍 지사의 금품거래 의혹에서 등장하는 제3의 인물은 윤씨다.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1억 원을 윤씨를 통해 (홍 지사에게) 전달했다”고 발언한 대목의 당사자다.

경남기업 부사장을 지냈던 윤씨는 성 전 회장과 친분이 두터워 측근 인사로도 분류된다. 2011년 한나라당 경선에서는 홍 지사 측 캠프에서 일했다. 이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셈이다.

검찰은 전날 경남기업 본사 등과 더불어 윤씨의 주거지를 함께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의 금품수수 의혹의 실체를 따져볼 만한 단서를 찾는 게 주목적이다.

성 전 회장은 경남기업 비자금 사건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비자금에서 현금화한 금액 32억원 중 문제의 1억원에 관한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조사를 받은 경남기업 재무담당 한모 부사장이 “32억원 중 1억원은 윤씨에게 줬다”고 진술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성 전 회장의 진술에는 홍 지사에게 줬다는 언급이 없었고, 여타 정치권인사들에게 현금이 건네졌다는 내용도 나오지 않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성 전 회장이 당시에는 “1억원을 윤씨에게 생활비 조로 줬다”고 말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검찰 진술과 언론 인터뷰 내용이 다른 배경을 두고는 성 전 회장의 심경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불법 금품공여자는 자백하더라도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경남기업 비자금 관련 조사를 받을 때는 처벌 가능성 등을 고려해 금품 의혹에 관한 진술을 삼갔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마음을 정하고서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는 진실을 제기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따라서 윤씨가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1억원의 행방에 대해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수사 흐름은 급변할 공산이 크다. 개인적으로 모두 썼다고 한다면 의혹 수사는 난항을 겪겠지만 홍 지사에게 상당액이 넘어갔다고 말한다면 유력한 증거가 확보되는 셈이다. 그러나 성 회장이 돈의 용도를 둘러싸고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진 탓에 홍 지사 측과 윤씨의 치열한 진실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병기>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성 전 회장이 몇 차례 전화가 와서 도와달라며 결백하다고 하기에 그럼 당당히 조사받으라고 했다”면서 “더 이상 전화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게 섭섭해서 이름을 적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태열 7억>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7억원 수수 의혹에 대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클린경선의 원칙 아래 돈에 대해서는 결백할 정도로 엄격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선거캠프 요원들에게도 강조했다. 그런 금품거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정복 3억>

유정복 인천시장 역시 ‘유정복 3억’이라고 메모지에 적혀 있는 것에 대해 “전혀
언론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1원 한 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부산시장 2억>

서병수 부산시장은 ‘부산시장 2억’이라고 메모가 돼 있는 것과 관련해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맡았을 때 성 전 회장이 선진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었고 두 당의 통합과정을 함께 논의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며 “그 이후로도 몇 번 통화하고 만나기도 했지만, 성 회장이 금품을 건넬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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